리키 핸더슨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1번 타자로 손꼽힌다. 정확한 타격, 뛰어난 선구안, 최고의 득점력 그리고 빠른 스피드까지 겸비, 1번 타자로서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기 때문이다.
현재 핸더슨은 40살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핸더슨이 활약한 팀은 뉴욕 메츠와 시애틀 매리너스 2개 팀. 메츠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나 도중 시애틀로 이적해 팀이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핸더슨은 시즌 종료 후 은퇴를 고려해야될 상황에 처했다. 소속팀 시애틀은 핸더슨과의 옵션을 거부했고 다른 팀들도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올해 42살이 되는 핸더슨을 선뜻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팀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렇듯 쓸쓸한 스토브리그를 보내야 했던 핸더슨은 최근 시즌 개막을 2주 남긴 시점에서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우리들은 올시즌에도 필드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핸더슨이 보장받은 올시즌 연봉은 고작 25만달러. 이는 작년연봉(200만불)의 1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며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20만불에도 불과 5만불이 많은 액수이다.
그러나 핸더슨에게 이러한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핸더슨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샌디에이고는 전체적인 팀전력이 약해 핸더슨이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도 지극히 고무적인 사실이다.
그렇다면 리키 핸더슨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1958년생인 핸더슨은 1976년 드래프트에서 오클랜드에 의해 4라운드에서 지명됐고 197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다. 1980년 10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첫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이후 1986년까지 7년 연속 리그 도루왕에 오르며 당대 최고의 대도로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다.
특히 핸더슨이 1983년 기록한 130개의 도루는 역대 2위의 기록이자 1900년 이후 가장 많은 도루 기록으로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5년 핸더슨은 자유계약 신분으로 오클랜드에서 뉴욕 양키즈로 이적해 여전히 최고의 1번타자다운 활약을 선보이고 1989년 시즌 도중 다시 친정팀인 오클랜드로 트레이드 되어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핸더슨의 전성기는 1990년. 이해 핸더슨은 타율 0.325, 28개의 홈런으로 캐리어 최고의 기록을 작성했고 119득점, 65도루, 0.439의 출루율로 리그 3관왕에 오르는 맹활약으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한다.
1990년대 중반에 들며 핸더슨은 점점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1993년 토론토에서 잠시 선수생활을 하며 생애 두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고 1998년 오클랜드에서 66도루를 기록하며 최고령(40살)의 나이로 리그 도루왕을 차지하는 관록을 보이기도 하지만 96년 이후에는 샌디에이고, 애너하임, 뉴욕 메츠, 시애틀 등 여러 팀을 옮겨다니는 저니맨 신세가 되야 했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경력 23년째를 자랑하는 리키 핸더슨. 은퇴위기도 맞았고 대우도 형편없지만 핸더슨은 올시즌에도 선수생활을 보장받았다.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핸더슨에게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그가 새로운 기록을 계속 작성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핸더슨이 지난 시즌까지 작성했던 기록들을 살펴보자.
통산 성적 - 타율 0.282, 출류율 0.404, 장타율 0.423, 2914안타, 282홈런, 1052타점, 2178득점, 2060볼넷, 1370도루
핸더슨은 그 화려했던 경력에 걸맞는 대단한 기록들을 수립해 왔다. 도루 부분에서는 오래 전부터 역대 1위를 질주하고 있었고 지난시즌에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베이브 루스의 볼넷 기록(2056개)도 깨트리며 역대 1위에 올라섰다.
득점 부분에서는 역대 2위에 올라있지만 올시즌 활약에 따라 득점 부분에서도 타이 콥이 가지고 있는 2246점의 기록을 깨트리고 역대 1위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3000안타와 300홈런 달성도 목전에 두고 있다.
득점, 도루, 볼넷 부분에서 역대 1, 2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핸더슨이기에 그가 역대 최고의 1번 타자라는 찬사를 받아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은퇴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되고 있는 리키 핸더슨.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기 위해 그는 올시즌에도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다. 새로운 기록 수립에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40살이 넘는 나이에 선수 생활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핸더슨은 타인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