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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역사를 뒤바꾼 창녀

입력 | 2001-04-01 17:49:00


「베로니카: 사랑의 전설」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유명한 수중도시 베니스에 실존했던 `고급창녀' 베로니카의 드라마틱한 삶과 전설적인 사랑을 다룬 서사멜로물이다.

순수하고 꿈많은 소녀에서 관능적이고 당당한 자태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뒤흔든 당대 최고의 창녀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이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져 펼쳐진다.

가난한 평민 출신이나 미모를 자랑하는 처녀 베로니카(캐서린 매코맥)는 사랑하는 베니스 최고의 귀족출신 청년 마르코(루퍼스 스웰)가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른 여인과 정략결혼을 하자 슬픔에 빠진다.

과거 고급창녀였던 어머니 파올라(재클린 비셋)의 지도를 받아 관능과 사랑, 문학적 재능과 남자를 사로잡는 법 등을 익힌 베로니카는 슬픔을 딛고 어머니의 뒤를이어 고급창녀의 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베로니카의 사랑은 오직 마르코를 향해 불탔고, 모든 부와 명예도 마다하고 그녀는 마르코의 연인으로 남으려 하지만 터키의 베니스 침공으로 누란의 위기에 빠진 베니스를 구하기 위해 프랑스왕과 잠자리를 함께 하고 군함원조를 약속받는 공훈을 세워 영웅이 된다.

이 때문에 갈등에 빠진 마르코는 그녀를 남겨둔 채 전쟁터로 떠나고 홀로 남아있던 베로니카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귀족부인들의 시기와 돈이 없어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한 한 가난한 귀족의 저주로 어려움에 처한다.

35세의 이른 나이로 삶을 마감한 실존인물 베로니카가 생전에 육체를 무기삼아 세월의 파고를 헤쳐나간 인생유전이 완벽하게 재현된 대운하 세트와 화려한 르네상스 스타일의 도시, 사치스런 귀족의상 등 영상미와 조화를 이뤄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카데미 5개부문 수상작인 「브레이브 하트」에서 멜 깁슨의 비운의 연인역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캐서린 매코맥과 「다크 시티」에서 신비로운 매력을 물씬 풍긴 루퍼스 스웰이 `이뤄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그러나 종반부로 가면서 베로니카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려다 보니 다소 희화화된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가을의 전설」의 제작, 연출을 맡았던 마셜 헤르스코비츠와 에드워드 즈윅이 역할을 맞바꿔 이번에는 연출, 제작을 각각 맡아 이채롭다. 14일 개봉.

[연합뉴스=이명조 기자]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