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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이슬람과의 대화]현대건설 이라크지사 이영철씨

입력 | 2001-04-01 18:52:00


걸프전쟁 전만 해도 이라크는 한국 건설업계의 큰 시장이었다. 그러나 전쟁과 종전 이후 유엔의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로 교역관계가 끊기면서 한국 교민과 근로자, 기업체는 대부분 떠났다.

현재 이라크에 상주하는 한국인은 단 4명. 이들 중에서도 현대건설 이라크지사 이영철(李英哲·52)과장이 이라크와 맺은 인연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84년 안전관리관으로 이라크 현장에 파견된 그는 곧 이라크 갑부의 셋째딸과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졌고 85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라크 생활 17년째인 그는 현재 부인과 14세의 딸과 함께 고관대작의 집이 즐비한 바그다드 시내 고급 주택가에 살고 있다. 88년에는 영주권을 얻었다. 처남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전용기 기장을 지내 후세인 대통령의 두 아들과 주말 파티를 즐긴 적이 있을 정도로 토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마음은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

한때 1500명의 건설 근로자로 북적이던 3만2000평 규모의 현대건설 지사를 그는 혼자 지키고 있다. 91년 걸프전 때 그는 바그다드 상공에서 포탄을 퍼붓는 다국적군 소속 공군기를 바라보며 현대건설 공사현장만은 포탄이 비켜가기를 바랐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그는 혼자서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70㎞ 떨어진 도시 키르쿠크, 남쪽으로 650㎞ 떨어진 바스라 등지를 돌아다니며 현대건설 중장비를 점검했다. 이과장은 “외세의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린 이라크의 역사는 한국과 닮은 점이 많아 연민의 정을 느낄 때가 많다”면서 “이라크인 방화 탓인지, 폭격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장비가 불에 탄 것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경제제재 완화에 대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10여년간 문을 닫았던 바그다드 무역관을 99년 다시 열었다. 사무실은 따로 없고 대사관 건물을 이용한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이평복 무역관장은 경제제재가 풀려 한국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하는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