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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라티21]인텔 철옹성 깬 '제리 샌더스' AMD회장

입력 | 2001-04-01 18:52:00


인텔과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는 AMD. 지난해 46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9억95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 회사의 99년 매출액은 28억달러, 순손실 규모는 9억3000만달러였다. 기적과 같은 반전(反轉)이 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페어차일드반도체의 국제 마케팅 담당이었던 제리 샌더스 회장은 69년 5월 7명의 직원과 함께 공동 창업자인 존 캐리의 거실을 근거지로 AMD를 설립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연 AMD가 인텔의 경쟁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AMD 칩은 PC업체들이 인텔을 견제하기 위해 구매해주는 경향이 강했다. 인텔도 독점시비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충분히 통제 가능한 경쟁자였기 때문에 AMD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인텔이 고성능 칩을 출시하면 AMD는 조금 간격을 두고 인텔 칩보다 싼 제품을 내놓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3월 AMD가 간발의 차로 인텔을 앞질러 1㎓ 칩을 만들어내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AMD가 싸구려 칩 업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인텔과 본격적인 품질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된 것. 물론 AMD의 노력만으로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인텔이 PC 수요를 잘못 판단해 PC업체들에 제 때에 칩을 공급하지 못한 것이 크게 기여를 했다.

샌더스 회장은 “18세때 깡패와 시비가 붙은 친구를 도와주려다 집단구타를 당해 며칠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적이 있다”며 “이 사건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었다”고 회고한다. 당시 샌더스는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맞아 지금도 사진 찍기를 꺼릴 정도다. 그의 친구는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그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인생은 공평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샌더스 회장은 그 이후에도 낙관주의자였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버리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의지가 인텔과의 경쟁을 끌어온 원동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한 그는 “인텔의 독점 구도를 깨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비전이 자신의 임무였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텔과의 경쟁을 피해 가라”고 권한다.

조 성 우(와이즈인포넷 연구위원)

dangun33@wiseinfo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