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스포츠문화비평가)
스포츠는 모순이다. 모든 에너지를 연소시켜야 하지만 그에 앞서 체력안배와 감정조절이 요구된다. 원시적 공격성을 불살라야 하지만 심판의 휘슬과 관중의 야유를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상대 팀이 있다. 슛을 던지면 블로킹을 하고 어퍼컷을 날리면 클린치를 한다. 이 모순성이 스포츠 미학의 핵심이다. 스포츠는 이 비적대적 모순의 조화와 파괴라는 양면 칼날 위에서 ’감동’이라는 명칭의 엑시터시를 생산한다. 마치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처럼.
그렇다면 감독은? 그야말로 모순의 핵심, 마주 달리는 기관차의 독전관. 동시에 그 약한 고리가 감독이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변증법적으로 작열한다면 승리는 그의 것이지만 그 약한 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팀은 패배의 쓴 잔을 마신다. 그를 옥죄는 스트레스는 ’페널티킥을 맞이한 골키퍼의 불안’에 비길 바가 아니다.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이회택 감독은 조예선 탈락과 더불어 안면마비까지 덤으로 얻지 않았던가.
애니콜배 프로농구, 누구도 승리의 8부 능선을 넘지 못한 상태. 용호상박의 대회전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삼성 김동광, LG 김태환 감독의 쿵쾅거리는 심박수는 TV화면을 터트릴 지경이다. 지장과 덕장, 우주류와 잡초류, 스타출신 명장과 헝그리정신의 승부사 등 많은 항목이 두 감독을 나누지만 적어도 심장혈관계 예약자 명단에는 나란히 등재되지 않을까.
이 시기에 잠시 틈을 내 올리버 스톤의 애니기븐 선데이를 보는 것도 이번 대회전을 즐기는 또다른 재미일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플래툰, JFK의 올리버 스톤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맥빠지는 경우다. 하지만 화면을 박차고 나올 것만 같은 미식축구 선수들의 격렬한 에너지는 실전을 방불케 하고 무엇보다 구단주와 스타 선수들의 올코트 프레싱에 몰린 감독의 곤경을 다름아닌 알 파치노가 맡고 있으니 금상첨화.
인간의 얼굴을 한 스포츠를 위해 마지막 터치다운을 시도하는 알 파치노의 열연은 모든 열정과 작전과 에너지를 소모하여 코트의 권좌를 쟁취하고자 하는 김동광 김태환 두 감독의 내면을 생생히 되살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