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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리통' 이선희, '느낌' 추가한 12집 발매

입력 | 2001-04-02 18:40:00


이선희는 몸 전체가 ‘소리통’이다.

그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호쾌하게 내지르는 목소리가 나오는지 불가사의할 정도.

84년 강변가요제를 통해 데뷔할 때 그는 “노래 솜씨가 뛰어난 가수로 완성도로 환산하면 90% 가량인 가수”라는 평을 들었다. 다른 신인들에 비해 그는 벌써 큰 재목감이었던 것. 그리고 그는 80년대 내내 ‘J에게’ ‘옛날이여’ ‘알고 싶어요’ 등으로 정상을 달렸다.

이선희는 최근 발표한 12집 ‘마이 라이프’에서 나머지 10%를 채우려고 한다. 그 나머지는 뭘까.

“필링(느낌)이예요. 노래는 무엇보다 느낌입니다. 나만의 느낌과 보이스 컬러를 더욱 짙게 담았습니다.”

타이틀곡 ‘이별소곡’은 예전의 이선희가 부른 것 같지 않다. 예전 같으면 우렁차고 굵은 고음이 터져나올법한 대목에서 그는 성큼 물러서 풍부한 중저음으로 절제미를 보여준다. 30대 중반을 넘긴 여인의 ‘연륜’이 배어 있다.

가사도 절절한 이별의 슬픔이다. 슬픔이 가슴을 타고 흘러 내리는듯한 창법의 변화는 이번 음반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그는 “모자라는 10%를 채우는 게 매우 힘들었지만 이제는 95%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수록곡 중 박진영 작사 작곡의 ‘살아가다 보면’은 ‘이별소곡’과 더불어 바뀐 창법의 간판이다. ‘살아가다 보면’은 이선희식 리듬앤블루스.

이선희는 16박자나 32박자에 매끄런 필링을 얻기 위해 박진영 사무실에서 살다시피했다. 종일 ‘으따따따따다’만 연습한 적도 있다. 박진영도 “언젠가 선희 선배가 부탁해올줄 알았다”며 “중견 가수로는 예상밖으로 리듬을 빨리 탔다”고 말했다. 이선희는 “4박자 내에서 노래했던 내가 16박자 등 빠른 리듬을 타며 절절한 느낌을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고 말한다.

이선희는 당초 ‘살아가다 보면’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울 생각이었으나 500여팬들의 모니터 결과 ‘이별소곡’이 선정됐다. 이선희는 “망설였으나 ‘이별소곡’이 향후 이선희 노래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평을 듣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11집 판매가 저조하자 변화를 도모했다. 그는 “노래를 너무 잘하다보니 관객을 내려다보고 부른다”는 지적도 다시 새겨 들었다고 말한다. 특히 이번 음반에서는 유영석 박진영 김종서에게 작곡을 부탁하고 그들과 오랜 시간 나눈 대화를 통해 자신의 껍질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음반이 자꾸 늦어지자 “옛 히트곡으로 밤무대에서 활동하면 쉽게 살 수 있는데 왜 1억원을 넘게 들여 새 음반을 내냐”고 말리는 이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선희는 “가수니까”라고 짧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새 음반은 옛 히트곡 16곡을 담은 CD와 함께 더블 CD로 나왔다. 이선희의 ‘모자라는 10% 채우기’를 비교해 들을 수 있다. 새 음반은 발매직후 재주문이 들어올만큼 호조를 보이고 있다.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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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 小曲

  - 살아가다보면  - 아마

  - J에게

  - 알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