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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김수연/청각장애인도 말할 자유 있다

입력 | 2001-04-03 18:30:00


문명이 발전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행복의 개념도 달라졌다. 특히 개인의 인권이 존중되는 시민 사회가 보편화되면서 ‘자유’는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인간이 누려야 할 자유 중에는 정보를 수용하고 의사를 표시할 자유, 즉 말할 자유보다 더 중요하고 절박한 자유는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5만명 가량의 청각장애인이 있다. 이들은 정상인이 하는 말 대신 수화(手話)로 의사를 소통한다. 수화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09년 평양맹아학교에서 중국식 수화를 교육하면서부터였다. 그 후 1913년 제생원(현 서울 선희학교)에서 일본식 수화교육을 실시했고, 1947년 국립맹학교 초대 교장인 윤백원 선생이 한글 지문자(指文字)를 창안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수화는 그동안 교육기관과 복지원 등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보급되어오다 보니 수화가 표준화되지 못하고 다양한 사투리가 생겨났다. 수화는 정상 언어보다도 사투리가 훨씬 많다. 이로 인해 청각 장애인들 사이에도 뜻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학교교육은 물론이고 직업교육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애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어휘수도 문제다. 우리나라 수화의 어휘는 대략 2000단어로 초등학생 수준의 표현밖에는 할 수 없는 데 비해서 선진국에서는 수화로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7000∼8000단어나 돼 고등학생 수준의 표현이 가능하다고 한다.

문화관광부는 우리나라 수화의 이런 문제점에 주목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하나가 지난 해부터 시작된 ‘한국표준수화규범’ 제정 사업이다. 이 사업은 수화 방언을 표준화하고 어휘수를 선진국 수준인 7000단어 이상으로 늘려 정상인에 가까운 의사표현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다.

사회가 발전하고 국민 소득이 높아진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특히 복지국가의 구현은 시혜적 차원의 물질적 도움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장애인을 비롯한 어려운 사람들에게 온정의 손길이 모아지는 나라가 진정한 복지국가이다. 우리 모두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없는지 늘 살펴보자.

김수연(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