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와 하이스트라이크존(high strikezone)그리고 여유.’
3일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박찬호가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비결은 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날 경기에서만큼은 박찬호는 기존의 ‘강속구 투수’가 아닌 ‘변화구 투수’였다. 직구는 총 투구수 97개 가운데 38개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 59개가 변화구. 위기에 몰릴 때마다 체인지업과 커브, 슬러브(슬라이더성 커브)를 승부구로 삼아 삼진과 내야땅볼을 유도해 냈다.
2회 1사 1, 2루에서 8번 에르난데스와 9번 블랑코를 범타로 처리한 공도 변화구였고 5회부터 6회까지 중심타선을 맞아 4연속 삼진을 잡아낸 공도 스트라이크존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였다.
박찬호가 유난히 변화구를 많이 던진 이유는 직구보다 변화구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 이날도 5개의 안타 가운데 4개를 직구로 승부하다 얻어맞자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바꿔 효과를 봤다.
그의 체인지업과 커브는 지난해 후반부터 완전히 본궤도에 올랐다. 스트라이크로 들어가는 공과 스트라이크존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공의 컨트롤을 자유자재로 하다보니 그는 언제든지 변화구로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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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부턴 스트라이크존이 상향조정돼 더욱 유리해졌다. 고질이었던 볼넷의 공포감에서 해방돼 초구나 2구째에 손쉽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승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박찬호가 이날 마운드에서 보여준 여유. 웬만큼 간큰 투수가 아니라면 개막전에서 긴장해 공을 제대로 뿌리기조차 힘들텐데 그는 시종 에이스다운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거둔 18승의 위력이었다.
다저스의 짐 트레이시 신임감독은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고 박찬호의 투구를 평가했다.
이런 피칭이 계속된다면 선배 오렐 허샤이저가 88년에 세운 59이닝 연속 무실점기록 경신도 멀지 않은 듯 보인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