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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건강]영유아 8%는 식품알레르기

입력 | 2001-04-03 18:42:00


잡지사에 근무하는 이모씨(여·31)는 좋아하는 게장을 먹지 못한다. 게장이 혀에 닿는 순간 혓바닥과 입천장이 후끈거리고 맥박이 빨라진다. 이어 몸이 마구 가렵기 시작한다. 중학교 때 처음 게장을 먹고 몸에 ‘난리’가 난 이후부터 생긴 현상이다.

“병원에 갔더니 ‘게 알레르기’란 진단이 나왔어요. 이상한 것은 게찜은 괜찮아요. 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영유아 8%가 환자〓식품 알레르기는 음식을 먹고 난 뒤 몸에 나타나는 이상반응. 음식에 든 단백질중 특정 단백질이 ‘문제’를 일으킨다. 음식에 넣는 방부제 향료 색소 등 각종 첨가물도 식품 알레르기 원인중 하나. 식품 알레르기 증상은 두드러기 피부발진 등이 가장 많지만 설사 구토 복통 등도 가끔 있다. 드물지만 천식 비염 쇼크 등도 생길 수 있다. 대한소아알레르기 및 소흡기학회에 보고된 식품 알레르기 환자는 전 인구의 0.3∼0.7% 정도.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환자가 많아 영유아 시기엔 8%대에 이른다.

▽4대 알레르기 음식〓99년 대한영양학회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국내 알레르기 4대 음식은 우유 달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이다. 이밖에 밀가루 콩 메밀 보리 과일 야채 등도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음식. 특히 어린이에겐 달걀 우유 콩 생선 등 단백질 식품이 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만 성인에겐 새우 게 가재 등 갑각류가 원인. 미국에선 우유 달걀 생선 땅콩이 4대 알레르기 음식이다. 이는 서로 식생활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가끔 발생하는 쌀 알레르기 환자가 국내에서는 거의 없는 것은 유적학적으로 두 민족의 단백질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유를 먹여라〓알레르기 체질인 부모는 임신 전부터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 탯줄에서 피를 뽑아 알레르기 성향이 있는지를 미리 알아본다. 이때 알레르기 체질이 강하면 꼭 모유를 먹인다.

불가피하게 모유를 먹이지 못할 땐 알레르기 전문의와 영양문제를 상담해 우유를 먹인다. 우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중 ‘카제인’을 가수분해한 저알레르기 우유를 먹이는 것이 좋다. 이 때 아이가 설사를 하면 유당을 뺀 저알레르기 우유를 택한다. 저알레르기 우유에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경우엔 콩분유가 대안. 만일 콩분유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 산양유나 아미노산으로 만든 특수분유를 고려할 수 있다. 우유 알레르기 환자의 40%는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좋아진다.

▽이유식은 6개월 이후〓이유식을 너무 일찍 먹이면 소화가 제대로 안된 단백질이 장으로 흡수돼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생후 6개월 이후에 이유식을 시작하되 계란 등 항원성이 강한 음식은 조심한다.

돌 이후에는 2∼4주 간격으로 생우유 계란 콩 생선 밀가루식품을 조금씩 먹인다. 콩 등 알레르기 음식의 상당수는 가열하거나 발효시키면 단백질 구조가 변해 비알레르기 음식으로 바뀐다. 이씨의 경우 게찜처럼. 성장기 아이의 충분한 영양공급을 위해 조리 가공법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이나 피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는 그 자체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아토피 피부염 증세를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이중맹검법으로 진단해야〓식품 알레르기 환자는 대부분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몰라 너무 가려먹는다. 식품 알레르기 진단법은 피부반응검사 혈청검사 식품제거검사 등이 있지만 정확한 것은 식품유발검사. 특히 미국의 식품 알레르기 대가인 휴 샘슨은 “식품유발검사는 개방 단일 이중맹검법 등이 있지만 이중맹검법이 아닌 진단은 정확한 진단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특히 의사와 환자가 모두 어떤 음식인지를 모른 채 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어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알아보는 이중맹검 식품유발검사가 정확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식품 알레르기의 유일한 치료법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음식을 먹지 않는 회피요법. 그러나 알레르기 음식을 조금씩 투여해 내성을 유도, 결국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 알레르기내과 민경업교수,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안강모교수, 서울알레르기클리닉 노건웅원장)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