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하철 6호선이 개통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일부러 찾아가기엔 조금 부담감이 느껴지는 안암동. 안암동이라는 말보다 '고대앞, 안암골'이라는 표현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 곳은 고대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수수하면서도 정감이 묻어나는 동네.
이 안암골에서 어언 8년간 터줏대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캐주얼 레스토랑이 있으니 바로 "샹2"다. 고대인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그 유명세를 뽐내고 있는 샹2는 예전 대학로에서 뛰어난 외관과 차맛을 자랑하던 "샹 베르사유" 카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로와 돈암동에서 꽤 오랫동안 카페를 운영해 오시다가 고대 앞에 "샹 베르사유"의 이름을 본 따 "샹2"를 내셨다는 주인장 아저씨는 그 연륜만큼이나 여유있고 포근한 인상을 지니신 분이다.
예쁜 돌들을 촘촘히 박아 만든 계단을 따라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샹2"에 들어서면 외부와는 전혀 다른 또다른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고급스럽거나 화려하다기 보다는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가 물씬 피어오르는, 말그대로 대학로 어느 한 귀퉁이 카페에 들어온 듯 부담감이 없다. 어쩌면 이렇게 수다스럽지 않고 튀지 않는 분위기가 고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장 아저씨께서는 비록 고대동문은 아니셨지만 고대 자랑을 어찌나 늘어놓으시는지 조금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거의 10년간이나 학교 앞에서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한 아저씨만큼 고대인들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어쩌면 교수님들보다 선후배들보다 이들을 잘 알고 있을 분이 바로 "샹2"의 주인장 아저씨일지도 모른다.
특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고대인들의 음주문화. 솔직히 예전부터 이들의 음주문화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저씨의 경험담에 의하면 고대인들처럼 음주문화 점잖고 예의바른 이들도 드물다고 하는데... (아저씨는 이 부분을 무척이나, 정말 무척이나 강조하셨다!) 혹 지금까지 색안경끼고 고대인들을 보아온 이들이 있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시길.
학생을 상대로 하고 있는 만큼 이곳의 가격대는 무척이나 저렴한 편. 생과일이 듬뿍 들어간 생과일 주스의 경우 2,300원에서 3,800원대로 서비스하고 있다. 안주로 인기만점인 오징어는 직접 동해에서 아저씨가 가져오실 만큼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고.
고대 방송국에서 촬영을 나왔다하면 바로 이곳일만큼 인기가 좋고 예전엔 SBS '천만원 게임'도 촬영이 될 만큼 괜찮은 곳이다. 수수하고 아늑한 분위기, 저렴한 가격대와 다양한 메뉴, 그리고 주인장 아저씨의 따스한 미소까지... 어쩌면 학교 앞이란 이런 자그마한 만족스러움 덕에 더욱 추억이 아련해지는, 그래서 다시 찾고만 싶은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위 치
안암동 로터리와 6호선 안암 전철역 사이
◇지하철
6호선 안암역 4번 출구
◇버 스
일반 7번, 11번, 19번, 28번 좌석 30번, 2번, 28번, 30-1번, 154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