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이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5일 정치권과 국민 여론을 감안해 교과서 문제를 한일간의 다른 외교 현안과 묶는 ‘선택적 연계 대응’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되 이를 양국관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시키지는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 문화개방 재검토와 ‘천황’ 호칭 폐지, 주일 한국대사 소환, 항의사절단 파견 등 한일우호관계를 해칠 수 있는 극단적 조치는 일단 검토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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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 대신 역사왜곡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다른 조치들을 모색하고 있으나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역사교과서 문제와 1, 2개 외교 현안을 연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일간에는 역사교과서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모든 외교 현안과 포괄적으로 연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4일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에서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이 나왔지만 실효성 문제와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묻혀 버렸다”며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유감 의사를 전달한 것 이외에 현재까지 구체적인 정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 교과서에 대한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세부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검토작업에만 최소한 보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동안의 미온적 대처와 항의조치 이행의 실기(失機)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중국은 검정 결과가 발표된 3일 외교부는 물론 교육부까지 성명을 통해 불만을 표시했고, 천젠(陳健) 주일 중국대사는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강한 유감의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등 신속하고 강력히 대응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배긍찬(裵肯燦)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정부 스스로 98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마련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깨지 않으려고 신중하다 보니 국민에게는 소극적으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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