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그라운드에 ‘부산 바람’이 거세다. 프로축구 2001 아디다스컵에서 부산아이콘스가 개막 이후 3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것.
이 ‘부산 돌풍’의 핵은 단연 ‘유고 특급’ 마니치. 그는 개막전부터 3경기 연속골을 잡아내며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
100m를 11초8에 끊는 마니치는 총알같은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헤집어 상대 수비에게 너무나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마니치는 함께 공격을 이끌던 안정환이 팀에서 빠지면서 오히려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지난해에는 주로 오른쪽을 파고드는 편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간을 찾아내고 있다.
4일 전북 현대모터스전은 마니치의 진가가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 전반 43분에는 페널티킥을 만들어내 스스로 차 넣어 동점골을 잡았고, 후반 10분에는 오른쪽을 파고들면서 그림같은 센터링으로 우성용의 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스트라이커와 찬스 메이커의 역할을 혼자서 모두 해냈다. 전북 최만희 감독도 “마니치에게 공간을 자주 내준 것이 패인”이라고 밝혔을 정도.
이런 마니치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한결 성숙해진 경기 태도 때문. 잦은 항의와 신경질적인 플레이로 심판들에게 ‘찍혔던’ 마니치는 올 시즌 들어서는 ‘온순한’ 경기로 일관하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판에게 항의하다 경고를 받을 경우 연봉의 일부를 삭감하겠다는 특이한 계약 조건이 한몫을 한 듯하다. 여기에 지나친 개인 플레이에서 탈피해 우성용 하리 우르모브 등 동료 선수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며 ‘더 쉽고, 더 매끄럽게’ 부산의 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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