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들리는 것도 없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소위 ‘지식기반경제시대’를 맞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지식이란 우리 인간에 체화돼 있는 것으로 주로 교육을 통해서 형성되고 축적된다. 따라서 지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식기반경제시대에 대비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불행하게도 모든 교육의 기초가 되는 초 중 고등학교 교육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어린 초중등 학생들의 조기유학과 이들을 위한 교육이민이 최근 들어 더욱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이 나라의 초중등 교육에 문제가 있어, 머지않아 이 나라의 주인이 돼야 할 어린이들이 부모 곁을 떠나 이역만리 외국생활을 강요당하고, 온 가족이 이민까지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정말 정부는 물론이려니와 우리 기성세대 모두가 부끄러워하고 통탄해야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에 정부가 발표한 2000년도 전국 초중고교생 과외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에도 초중고교생의 과외비 지출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 총액은 우리나라 전체 교육예산의 31.4%에 해당하는 7조원을 상회했다고 한다. 실제 과외비 지출은 이 숫자의 2배 내지 3배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의 생각이다.
이것은 물론 우리의 대학입시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내용과 질에 문제가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마디로 다가오는 지식기반경제시대에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속적인 번영을 누리려면, 하루속히 진정한 교육개혁을 통해 초중등 교육의 질적 개선을 이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초중고교 교사의 자질 향상을 기할 수 있는 교사 처우의 획기적인 개선과 함께 이들이 존경받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물론 큰 문제는 교사 처우개선을 위한 재원 조달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국민 모두의 명실상부한 발상의 전환과 정부의 미래지향적인 진정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지불하고 있는 방대한 액수의 과외비 등 사교육비를 감안할 때,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민자(民資)의 소지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민자동원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대학의 기여우대입학제와 기부금 입학제도 등도 과감하게 허용돼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런 제도를 허용하는 대전제로 이런 방법으로 동원된 민자가 가정이 어려운 학생의 장학금과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수연구비 등으로 쓰여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조달된 민자가 주로 대학을 위시한 고등교육기관과 일부 사립 중고등학교 운영에 활용될 때, 현재 국민의 세금으로 조달된 공교육비는 일반 초중교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교사 처우개선 등에 쓰여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이와 함께 반드시 이룩돼야 할 것은 현재 획일적,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육행정의 자율화다. 다양성과 전문성, 그리고 창의성이 강조되는 지식기반경제시대에 적합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각종 규제와 통제제도는 원점에서 평가되고 재편돼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MIT대의 어느 유명교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만약 1960년대에 MIT에 신설된 생물공학에 관한 강좌가 미국 교육 당국의 허가를 필요로 했다면, 적어도 20∼30년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MIT 내부에서도 그랬지만 교육 당국에 생물공학 자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교육 당국이 허가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것이 무엇인지 검토하기 위해 공부하려면 그만한 시간이 소모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정책 당국이 음미해봄직한 말이 아닌가. 자율과 시장기능의 장점을 우선시하는 교육시책의 도입을 위해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비전있는 교육정책이 없는 21세기 준비는 사상누각이다.
사공일(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