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이 5일 ‘당 차원의 개헌론 검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그동안 여야 정치인들이 소신 차원에서 밝힌 개헌론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더욱이 박 총장 발언이 개헌론을 고리로 정치권의 ‘새판 짜기’를 시도해 보려는 여권 내부의 최근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면 그 정치적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인제(李仁濟)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한나라당의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와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여야 중진의원들이 제기해 온 개헌론에 대해 그동안 청와대와 민주당의 공식 방침은 ‘지금은 개헌론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박 총장의 발언은 개헌론에 대한 여권 핵심부의 방침 정리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도 이날 “개헌론이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개헌론에 대한 논의를 검토해 보자는 단계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고 말해 개헌론의 공론화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또 “국회법을 개정해 국회 교섭단체 등록기준을 현재의 20석에서 14석으로 낮추려는 것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개헌론을 매개로 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로 보인다.
여권 내부적으로는 박근혜, 김덕룡의원 등 한나라당의 개헌론자들 과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 내 개헌추진파가 뭉쳐 20∼30명 정도의 세력이 만들어지면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물론 여권 핵심부가 실제로 개헌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민주당의 한 고위당직자가 “개헌이 되고 안 되고는 별개 문제”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한나라당 내 비주류 세력은 ‘설자리’가 좁아지면서 이회창 총재와의 결별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럴 경우 개헌론 이상의 명분은 없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판단인 것 같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이 총재와의 ‘상생(相生)’은 물 건너갔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개헌론은 정국을 파국적 상황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박 총장 발언 직후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이 “당의 공식 방침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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