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들어가면 벽화나 조각은 피할 수 있어도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나 색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음악을 피할 수 없는 것과 같아요. 따라서 유리화는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한국인으로서 몇 안되는 유리화 전공자로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영심씨(55)가첫 한국 전시회를 갖는다. 12∼24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내 평화화랑.
최씨는 서울 혜화동 가톨릭신학교 및 수서, 압구정동, 대치2동 등 국내 주요성당들과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노에스티프트 등 약 40곳에 작품을 두고 있다.
유리화는 장인(匠人)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제작되는데 최씨의 남편 루카스 훔멜브룬(68)는 오스트리아의 유리화 장인이다.
“유리화는 색감이 중요합니다. 유리의 뒷쪽에서 비치는 색깔까지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남편은 제 밑그림의 색감을 원하는 그대로 표현해줍니다.”
최씨는 본래 수녀였다. 부산 동아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70년 예수 성심 전교수녀원에 들어갔다. 수녀시절 로마미술대에서 회화공부를 계속하고 75년 귀국했으나 80년 다시 유럽으로 가 오스트리아에서 유리화 수업을 받았다. 이 곳 유리화공방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나 85년 수녀원을 탈퇴하고 결혼했다.
“유리화는 고딕 양식의 성당에 어울리기 때문에 로마보다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더 발달했어요. 유럽에서도 근대에 들어와 유리화의 전통이 끊겼다가 교황 요한 23세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열리고 나서야 교회를 떠났던 화가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오늘날 이 곳의 유명화가들은 거의 모두 유리화 작품을 만듭니다.”
최씨는 17일 오후 7시, 19일 오후 2시 이틀에 걸쳐 명동 가톨릭회관 3층 강당에서 유리화의 실제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워크샵도 가질 예정이다. 02―727―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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