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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종각 부근에서 열리고 있는 민중대회 집회대열에 노란 모자를 쓴 20여명의 시민감시단이 홀연히 나타났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민중대회 참가자들의 앞에서 행진을 감시했다.
행진을 지휘하던 방송차량의 사회자는 "우리의 평화적 행진을 오도하기 위해 나타난 시민감시단"이라며 이들의 갑작스런 등장에 불쾌감을 강하게 표시했다.
행진대열의 야유가 쏟아지자 시민감시단은 인도로 빠져나가 행진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경찰측 "과잉진압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 ▼
지난 31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집회 및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을 차단하고 평화적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민단체 회원 등이 참여하는 '시민참관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바로 그 날 올들어 최대규모로 예상되었던 민중대회 집회에 대한 참관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집회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경찰과는 전혀 상관없이 시민들의 자율적 의지로 이 자리에서 감시활동을 벌인다"고 얘기하면서, 경찰측의 발표와는 전혀 다르게 그들의 활동을 설명했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탓일까? 아니면 행진대의 야유에 긴장했기 때문일까?
경찰과의 관계를 애써 부인하는 그들을 현장에서 인터뷰 했다.
▼인터뷰 - 손삼호(52) 개인택시 기사▼
- 어떤 시민단체들에서 나왔나?
▽나를 비롯한 대부분은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소속 회원이고, '종로상인 번영회'에서도 나왔다.
- 어떤 목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되었나?
▽경찰들이 폭력적 진압을 하는지 감시하면서, 평화적 시위정착을 위해 시민 스스로 결성된 것이다.
- 경찰측에서 시민감시단을 운영한다는 발표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닌가?
▽아니다. 우리는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감시하고, 폭력적 시위가 누구에 의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자생적으로 모여 활동하는 것이다.
- 경찰과의 연계가 전혀 없다면 어떻게 이러한 활동을 준비했는가?
▽택시기사단체가 많이 있다. 구·동별로 대표들이 모여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과의 관계는 전혀 없다.
- 누구한테 연락을 받고 온 것인가?
▽(머뭇거리다가) 그냥 연락이 왔다. 구·동별로 연락체계가 있다.
- 모자는 어디서 받은 것인가?
▽그냥 여기 와서 받았다. 경찰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택시기사들이다. 시위에 가장 민감한 직업이고, 또한 시위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직업이다. 도대체 누구에 의해서 시위질서가 어지럽혀 지는지 우리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온 것이다.
- 활동을 준비한 사람과 연락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개인택시나 모범택시단체가 있다. 거기 대표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그는 경찰의 폭력진압을 감시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찰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인했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마친후 몇분 뒤, 경찰은 종각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정리집회를 하고 있던 시위대를 급습하고 폭력적으로 행진을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뿐만 아니라 종각 앞에서 구경하던 많은 시민들이 다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땐 이미 그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종적을 감춘 시민감시단들은 이번 집회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지….(유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