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큰… 쫄깃… ‘바다의 갈비’
물고기 중에서 가장 격이 낮은 것이 아구다. 굼벵이도 ‘궁군다’고 아구도 궁구는 재주가 있다.
‘자산어보’에는 아구가 조사어(釣絲魚)라고 표기돼 있다. 입술 끝에 두 개의 쌍낚싯대를 달고 있는데 이 낚싯대 끝에 4~5치 낚싯줄이 달려 있어 그 길이가 말꼬리 같다고 했다. 이 실 끝에 4~5치의 긴 낚싯줄이 있어 하얀 밥알만한 미끼가 달려 있는데 다른 물고기가 와서 물기만 하면 낚싯줄을 당겨 통째로 삼킨다고 했다. 그러니 이놈은 물속의 강태공인 셈이다. 입이 너무 커서 제 몸통보다 더 큰 물고기라도 단번에 삼킨다. 불뚝한 배를 따보면 다랑어나 고등어 등이 예닐곱 마리 들어 있다. 천덕꾸러기처럼 퍼먹는 것을 빗대어 ‘아구처럼 먹는다’고 한다.
마산 하면 이은상의 ‘가고파’나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 먼저 떠오른다. 마산 출신 시인들의 영혼을 시비(詩碑)에 새겨놓은 산호공원 ‘시의 거리’를 휘둘러 마산이 낳은 세계적 조각가 고 문신 화백의 숨결이 밴 추산동 ‘문신미술관’을 거쳐 ‘몽고정’과 민주성지로서의 상징물인 ‘3·15 의거탑’을 지나 시내로 들어가 오동동 사거리로 가면 그 유명한 마산 오동동 아구찜거리가 나온다.
마산은 해안에 발달한 도시여서 갯내음 물씬 풍기는 독특한 해양음식이 옛날부터 널리 알려져 있다. 음식은 찜종류와 탕종류, 횟거리로 나눌 수 있는데, 마산 이외의 지역에서는 쉽게 구경할 수 없는 별미들이다. 찜은 아구찜과 미더덕찜, 대구찜으로 고춧가루를 한껏 넣은 특유의 매운 양념이 유별난 맛이다.
이중 아구찜은 마산의 음식을 대표하는 최고의 음식이다. ‘아구’라는 생선을 적당히 말려 꼬들꼬들한 상태에서 토막내 빠짝 말려서 찜을 만드는데, 콩나물과 미나리 따위의 야채에다 된장 찹쌀가루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 매운 맛이 강한 양념류를 섞어 만든다. 얼마나 매운지 온몸에 비오듯 땀이 흐르고 머리가 근질근질할 정도다. 처음 아구찜을 먹는 외지인들은 이 맛에 화들짝 놀라 그 이름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한다. 입맛이 없을 때나 감기 몸살 기운이 있을 때 아구찜을 먹고 땀을 내면 그만이다. 특히 아구찜은 소화 흡수력이 뛰어나고 식중독 걱정이 없는 식품이어서 임신부들이 입덧할 때의 별미로도 유명하다.
아구는 입이 몸통보다 크고 배가 불룩해서 예전에는 잡혀도 다시 던져버리거나 가축사료 또는 퇴비용으로 사용되던 가치없는 고기였다. 그러나 시절이 어렵고 생선이 귀해진 틈을 타 식탁이나 주안상에 올랐고, 최근에는 살이 연하고 부드러운 고단백 식품으로 유기아미노산, 핵산, 칼슘, 비타민A 등이 풍부하고 뇌 활동에 좋은데다 특히 노약자 건강식으로도 그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마산 아구찜의 터줏대감임을 자신하는 ‘오동동 아구할매집’(마산시 동성동 48-2·055-246-3075)의 김삼연씨(54)는 이곳에서 2대에 걸쳐 45년간 아구찜을 만들고 있다. 그녀는 “마산 아구찜은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잡힌 살 붙은 아구를 얼음물에 씻어 눈바람에 말려서 만든 건고기(말린 고기)로 조리한 것이 특징”이라며 “전통 토장을 걸러 간을 하기 때문에 수십년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맛을 내왔다”고 자랑한다.
김씨는 또 우리나라 최초로 아구 불갈비를 개발한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배를 갈아 넣고 설탕과 참기름 등 30여 가지의 갖은 양념으로 조리한 아구 불갈비는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미다. 86년 경상남도와 마산시로부터 아구찜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김씨는 97년 한국전통음식명감에 수록되었고, 95년에는 한국전통음식보존협회의 ‘맛있는 집’으로 선정되었다.
마산 오동동 일대에는 ‘원조’임을 내세우는 ‘초가 아구찜집’이 즐비하다. 이 이름을 감안하면 오동동에 초가집이 채 사라지지 않았던 60년대 초에 아구찜집이 생겨나기 시작한 듯하다. 그러나 마산 아구찜이 전국에 소개된 것은 82년 KBS 문화사업단이 여의도에서 개최한 팔도미락전. 이때부터 그 담백한 고기 맛도 맛이려니와 특유의 매운 양념으로 버무려 조리한 찜이 전국적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아구아구 잘도 퍼먹는다’는 노래처럼 고물가 시대에 아구처럼 아구아구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따로 없을 듯하다.
[송수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