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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뉴스]개봉지연, 영화계 희비 엇갈려

입력 | 2001-04-08 17:47:00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세계적인 화제작 「한니발」의 국내 개봉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국내 영화계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니발」은 한차례 반려된 끝에 1차관문인 영상물등급위의 수입추천심의를 통과했으나 일부 문제 장면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작업이 끝나지 않아 극장개봉을 위한 등급심의를 거치지 못해 국내 개봉일을 당분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극장가에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팀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다.

「친구」의 흥행에 제동을 걸 소지가 없지 않은 할리우드 대작이 때맞춰 자리를 비켜준 형국이다.

그런데다 「한니발」의 일부장면에 대한 처리는 당초 수입계약에 따라 리들리 스콧 감독이 직접하기로 돼 있어 직배사인 UIP코리아 측이 간섭할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직배사인 UIP는 애를 태우고 있는 반면 「친구」의 제작.배급사는 한결 느긋한 입장이다.

물론 「친구」팀은 작품성이 뛰어나 "웬만한 대작과 어깨를 겨뤄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나 관객들의 눈길을 빼앗아 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경쟁작이 암초에 걸린 만큼 내심 기쁨을 감추기 힘들어 보인다.

극장가도 반색이다. 「친구」가 내걸리지 않았다면 「한니발」의 개봉지연을 안타까워 했을 수도 있으나 대표적인 비수기인 봄철에 한국영화가 대박을 터뜨려주고 있어 스크린쿼터(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를 채우기도 한결 편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부터 국내개봉에 대비해 적잖은 홍보비를 들여 사전 열기조성에 나섰던 UIP코리아측은 개봉지연으로 관객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며 가슴앓이를계속하고 있다.

이를 두고 영화계 인사들은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또한번 살려주고 있는 「친구」의 흥행호조는 뭐니 뭐니해도 작품성이 뛰어나다는데 기인하고 있지만 「한니발」의 개봉지연 등 외부여건도 덩달아 도와주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이명조 기자]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