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대선 예비 주자들을 상대로 불법선거운동 예방 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앙선관위 임명재(任明宰)선거관리관은 8일 “주요 정당과 대선 입후보 예정자로 부각된 인사들에 대해 전담반을 편성해 훗날 ‘불법 후보’가 되지 않도록 사전에 선거법 위반 사례를 안내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담반은 지난달 중순 선관위 지도과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 대상과 방법▼
민주당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언론 등을 통해 출마 가능성이 확인된 김중권(金重權)대표와 한화갑(韓和甲) 이인제(李仁濟) 박상천(朴相千)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 등이 지도 대상이다. 한나라당 경우 아직은 이회창(李會昌)총재 외에는 출마 예정자가 없는 것으로 선관위는 보고 있다. 자민련 역시 대상자가 없는 상태.
선관위는 앞으로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박근혜(朴槿惠) 강재섭(姜在涉) 손학규(孫鶴圭)의원,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 등도 대권 주자로서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 지도대상에 넣을 방침이다.
교육은 사무관급 전담 직원이 의원회관이나 개인 사무실 등으로 ‘출장 교육’을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과 관련한 대선 주자측의 자문에 응하기도 하고 ‘이러이러한 경우는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안내 겸 경고도 하는 식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측이 3일 후원회에서 3000원짜리 떡과 수정과만을 돌리기로 한 것도 선관위측에 현행법 위반 여부를 사전 문의한 뒤 결정된 것이었다. 즉 정치자금법 상 금품 모집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5000원 이하의 음식물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
▼주목하는 사례들▼
선관위는 선거법 84∼118조 사이에 규정된 금지 행위, 즉 기부 행위나 사조직을 통한 선거운동 및 선거기획, 유인물을 통한 불법선거운동 등이 이뤄지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뚜렷한 위반 사례는 없었지만 까딱하면 합법의 테두리를 넘을 수 있는 경우들은 꽤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측은 김근태 최고위원이 만든 한반도재단의 경우 정책 자문 활동에 그치면 괜찮지만 지방조직까지 둔 사조직으로 활동하면 사전선거운동으로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중권대표가 전국 시 도지부를 순회하면서 지역 공약을 내놓거나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지역 문제를 언급해 온 것도 문제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당 간부가 특정 지역을 찾아 일반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특정 선거와 관련해 지지를 호소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행위는 선거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또 김대표와 이인제최고위원 등이 최근 지방을 순회하면서 재래시장 등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는 것도 선관위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활동 중 하나다. 현행 선거법상 지하철, 터미널 등 교통 시설이나 백화점, 시장, 상가 등을 일상적 의례적 활동 범위를 벗어나 계속 순방하는 것도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기 때문.
▼대선 주자들 반응▼
김근태 최고위원측은 “바람직한 활동으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 김중권대표측은 “대선의 조기 과열을 막기 위한 선관위의 교육 활동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정당 활동과 개인적인 사전선거운동 기준이 모호한 점이 많아 제도적인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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