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이 수년간 ‘땅’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산만에 조성중인 평택항 공사로 인해 바다가 육지(매립지 3만㎡)로 변하면서 이 땅에 대한 관할권 분쟁을 벌이고있는 것.
최근 두 지자체는 60년대 양식 어업권 등록부까지 들춰내 아산만 일대의 어업허가권을 관리해온 만큼 관습법상으로 매립지 관할권은 자신들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평택∼당진을 잇는 서해대교(7.31㎞)가 개통됐지만 이 다리에는 경계 표지판이 없다. 당진군은 평택기점 2.3㎞지점, 평택시는 4.9㎞지점이 경계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분쟁의 발단은 98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아산만에 평택항 1단계 부두와 연결되는 외항 공사를 위해 제방(공유수면매립지) 3만2834㎡를 조성한 뒤 평택시에 토지등록을 신청했고 평택시는 지적공부에 ‘포승면 만호리 572’로 지번을 매겼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당진군도 99년 12월 같은 땅을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 976’으로 지번을 매기고 평택시에 등록된 토지의 말소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평택시는 지난해 3월 행정자치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당진군은 이에 맞서 같은 해 9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분쟁의 본질〓두 지자체가 땅 싸움을 벌이는 곳은 약 1만평에 불과한 방파제로 행정구역상 ‘관할권’ 분쟁이다. 어차피 땅은 해양수산부(국유지) 소유이고 지자체가 국가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느 경계선을 따라 행정구역이 나눠지느냐에 따라 향후 2011년까지 조성될 600만평 중 수백만평의 평택항 내외항 부두의 관할권이 갈라지기 때문에 두 지자체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62선석(船席) 규모의 평택항은 당진(15선석) 평택(45선석) 화성(2선석) 등 3개 시군에 걸쳐 조성되는데 경계가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당진이 가장 많은 선석을 보유할 수도 있게 된다. 당진군은 당진군 관내 부두를 ‘당진항’으로 개명하고 항만관리 및 운영권을 지자체에 달라는 주장이다. 당진 땅에 조성되는 부두에 왜 ‘평택항’이라고 이름을 붙이느냐는 것. 지역 주민들의 정서와 자존심도 이 분쟁에 한몫 거들고 있다.
▽두 지자체 주장〓당진군은 “국립지리원이 간행한 해상도에 문제의 제방은 당진군 관할로 돼 있고 어업면허를 관리해오는 등 관습법상으로도 당진 땅”이라고 주장한다.
평택시는 “해상도 경계는 지도제작규정에 다른 기호에 불과하고 경계구역으로 삼을 수 없다고 국립지리원이 이미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97년 한국화약 공유수면매립지 문제로 발단된 경기 시흥시와 인천시간의 분쟁도 이 땅이 육지와 연결됐다는 이유로 시흥시 관할구역으로 결정된 적이 있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평택시는 또 “국제 무역항인 평택항을 당진군이 주장하는 것처럼 행정구역 및 항만운영을 나눌 경우 항만 발전 및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이 초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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