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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인천공항 장애인시설 '말로만'

입력 | 2001-04-09 19:10:00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김모씨(36)는 9일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김씨는 장애인용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김씨의 생각은 공항 현관에서 바로 깨졌다.

◇직원호출 헬프폰 공수표◇

▽어디에도 없는 직원 호출용 전화기〓동생이 모는 승용차를 타고 출국층 3, 12번 게이트 앞 장애인용 정차장에 내린 김씨는 자원봉사자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직원 호출용 직통전화기(헬프폰)를 찾았다. 하지만 정차장 어디에도 없었다.

공사측은 개항과 동시에 헬프폰을 운영한다고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개항 10여일이 지나도록 공사 내 건축팀과 정보통신팀이 전화 박스함 구매를 서로 미루고 있다.

김씨는 동생을 시켜 여객터미널 안에 있는 자원봉사자를 불러 출국장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뒤차가 경적을 울리는 통에 일단 단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동생과 함께 출국장으로 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앞엔 10cm 턱◇

▽주차장에도 곳곳이 장벽〓여객터미널 앞 교통센터 지하에 차를 세운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로 향했으나 바로 큰 장벽을 만났다. 엘리베이터와 주차장을 구분짓는 출입문 입구에 10㎝ 높이의 턱이 있었던 것. 동생이 휠체어를 들어올려 움직이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때마침 옆 사람들이 도와줘 간신히 턱은 넘었다.

장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2층으로 올라온 두 사람은 여객터미널로 연결되는 자동보도를 탔으나 끝 부분에 설치된 진입 금지 말뚝(볼라드)을 발견했다. 짐을 싣는 카트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볼라드는 30㎝ 간격으로 박혀있어 휠체어가 통과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김씨 동생은 옆에 있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들어 볼라드를 넘었다.

김씨는 “공항에 한 번 들어가는데 3번 정도 고비를 넘겼다”며 “장애인도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던 공항측 이야기는 말뿐이었다”고 섭섭해했다.

◇"이달중 개선책 찾겠다"◇

▽공사측 해명〓이필원(李弼遠) 부사장은 “헬프폰 설치가 늦어진 것은 공사 실무 부서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나 눈으로부터 전화기를 보호하는 박스함 구매가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설치 작업을 끝내 장애인들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볼라드의 경우 일반인들이 카트에 짐을 실어 교통센터까지 올 때 혼잡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이달 중 장애인협회 등과 협의, 개선책을 찾겠다고 이 부사장은 덧붙였다.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