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졸업 후 2개월째 ‘무취업’ 상태인 이모씨(26). 그래도 ‘내일’을 기약하며 서울 종로의 회계학원과 압구정동의 외국어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하철 종각역과 압구정역 앞에서 자신만을 ‘표적’으로 삼는 ‘도인’들 탓에 심기가 불편해지곤 한다.
“내가 그렇게 없어보이나봐. 취직 못해서 빈둥대는 게 얼굴에 써있나?”
“따뜻해지니까 사람들을 많이 풀었나봐. 아니면 학원 근처가 주 공략 대상인가? 나만 보면 ‘실례합니다. 도에 대해서 아십니까’라며 달라붙는 거야.”
토익모의고사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날 이씨는 또 다시 지하철역 출구에서 ‘수상한 여자’와 맞닥뜨렸다.
“실례합니다. 저….”
“먹고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저, 종교도 있고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제발.”
“….”
“그리고 저는 부모님이 그런 거 굉장히 싫어하세요.”
“부모님 몰래 만들면 되지. 5분이면 돼요. 여자친구랑 놀이공원 갈 때 입장 무료, 연회비도 없고, 지하철도 그냥 통관데. 카드 한 장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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