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증시에서는 전주말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인데 따른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다시 무너졌다. 불안정한 주변 변수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기금자금으로 추정되는 투신권이 매수세를 보여주었으나 그 규모가 크지 않았으며 시장 전체적으로 관망세가 우세한 분위기였다.
전날의 경우 거래량이 2억 8천만주 정도에 불과한 데다 지수 변동폭도 9포인트에 불과했다. 특히 거래대금은 2년만에 1조원 이하로 급감했다.
시장이 관망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500선 전후의 지지력 및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가격메리트와 불확실한 주변 변수에 대한 불안감 사이에서 투자자들이 선뜻 매매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말 이래 정부는 종합지수 500선이 위태로울 때마다 증시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으며 이는 연기금 자금의 주식 매수로 연결됐다. 또 500선은 지난 88년 이후 종합지수 장기 싸이클의 하단부로서 어느정도 신뢰를 얻고 있는 지수대다.
이렇듯 기술적으로 가격메리트가 있는 지수대라는 공감을 얻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망설이는 것은 미 증시 및 엔화 약세 등 외생변수의 강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스닥시장으로 대표되는 미 증시는 단기 낙폭이 큼에도 불구하고 경기 및 기업실적 악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10년 호황을 마감하는 미 경기 둔화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미국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 데다 국내 수출품의 대미 비중도 20%를 상회하고 있다.
다시말해 미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수출 전선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제 시장 개방으로 인해 실물 경제 뿐만 아니라 한국 금융시장도 미 경제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 있다.
이러한 시기에 엔화 약세는 한국과 일본의 수출품목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증대보다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엔화환율은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급등세가 다소나마 주춤해질 것으로 보이나 미 증시는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1분기 주요 기업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2위 휴대폰 메이커인 모토로라가 15년만에 첫 분기손실을 발표할 예정이며, 야후 또한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기업실적이 미 증시의 단기 방향타인 상황에서 좋은 소식이 아님에 틀림없다.
단기 낙폭이 커서 가격메리트가 있는 지수대에 와 있지만 단기 바닥권을 예단하고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기에는 주변 여건이 불확실하다.
다만 전반적인 기술적 지표가 단기 과매도를 시사하고 있어 추가 하락시 기술적 매매를 염두에 두고 저점매수 시기를 탐색하는 시장대응은 유효해 보인다.
연기금 자금의 주식 매입이 시장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준석dr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