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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박세영의 e-산책]또 다른 언론

입력 | 2001-04-10 16:43:00


언론이 연일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언론에서 하도 시끄러우니까 우리 정부에서도 뒤따라 대책을 마련하는 중인가 보다. 그러나 사실 언론보다 더 흥분하고 있는 것은 네티즌들이다. 이들은 이미 일본의 극우 단체의 홈페이지나 일본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에 동조하는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공격하여 서버를 다운시키자는 행동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언론이 여론을 형성하여 주도하던 것과는 그 양상이 매우 다르다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과거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 국민들 대부분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며칠이 지나서 정부에서 발표하는 것을 보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반신반의하면서 그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언론들도 신군부의 힘에 밀려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단지 유비 통신이라 불리는 유언비어인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정보들만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따름이었다. 그 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상이 밝혀진 것은 실로 십수년이라는 세월이 더 흐르고 난 다음이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었고, 일반 국민들은 수동적으로 그 정보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나 힘을 가진 조직에서 정보를 쉽게 조작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런 통제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그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언론 종사자 일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어느 한 단체나 조직이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비록 그 조직이 한 국가의 정부라 하더라도 어떤 특정 의도를 가지고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축소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 이유는 과거와 달리 국민 스스로가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반적인 환경들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정보 제공자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절대적인 정보 제공자와 절대적인 정보 이용자라는 획일적인 구분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정보의 확산도 과거처럼 한 나라 안에서, 입에서 입으로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순식간에 퍼져버리기 때문에 어느 한 조직에서 이를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극우집단들의 역사 교과서 왜곡 시도는 '언론과 여론의 향방을 특정 조직에서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라는 현실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그들이 정보를 왜곡한다고 해서 그들이 조정한대로 세계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시대가 아니다. 이들은 아직도 세계가 10년이나 20년 전의 정보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 등은 과도하게 감정적인 대처일 뿐 아니라 어쩐지 시대를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진실이 바탕이 된 인터넷을 통한 세계 여론의 주도. 그리고 그 교과서를 가지고 일본 역사를 공부하는 중학생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이성적인 증거 제시. 이러한 노력들이 그들의 의도를 수포로 만들기에 보다 더 설득력이 있고 충분해 보인다.

일본의 중학생들도 학교에서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 그들도 우리 학생들처럼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이를 토대로 숙제를 하기도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일본어로 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일본의 엉터리 역사 교과서는 더 이상 발을 붙이기 힘들 것이다.

몇 장의 사진을 소개한다. 이 몇 장의 잔혹한 사진만(http://www.nojum.co.kr/japan/ japan.html )으로도 그들의 조상들이 얼마나 잔악했는지 많은 말과 글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들이 행한 역사 왜곡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 갈 것이다. 단지 염려스러운 것은 진주만 공격이 일본의 지하벙커에서 미국에 대한 현실인식 없이 이루어졌듯이 이 시대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또 다른 오류를 이웃나라에게 범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