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자와 동성연애자가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광란하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독일 행정당국의 문화적 편견을 단적으로 드러낸 촌스럽기 이를데 없는 결정이다.
7월 14일 세계 최대 규모의 테크노 음악축제 '러브 퍼레이드'의 개최 문제를 둘러싸고 주최측과 베를린시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러브 퍼레이드는 거의 반쯤 벗었거나 요란하게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고막을 찢을 듯한 테크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베를린 도심을 행진하는 축제.
이념을 넘어서 음악과 춤의 결합을 주장한 테크노 음악가 모테 박사를 기념해 1989년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이 150명이 베를린에서 집회를 가진 것을 계기로 창설됐다.
세계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호응으로 지난해에는 대형 스피커를 장식한 50대의 테크노 트럭까지 등장하면서 참가인원만 170만명을 넘어섰다.
이를 '광란의 축제'라며 탐탁치않게 여겨온 베를린시가 마침 한 시민단체가 집회를 열겠다며 4일 신청처를 내자 두 손을 들어 환영한 것.
이 단체는 7월14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승전탑에 이르는 테크노 축제 공간에서 '자전거 더 많이 타기 대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베를린시의회 에카르트 베르테바흐 내무위원장(기독민주당·CDU)은 "시의 환경보호 차원에서 뿐만아니라 이 단체가 먼저 집회신청을 했기 때문에 우선권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유럽과 미국 등 세계로부터 매년 100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특수를 누렸던 베를린 관광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시의 결정은 베를린이 여전히 '촌동네'라는 것을 만천하에 증명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주최측도 만약 베를린에서 퍼레이드를 할 수 없을 경우 프랑크푸르트나 하노버 등으로 행사장소를 옮기겠다고 은근히 엄포를 놓고 있다.
테크노 음악축제일을 임시공휴일로 지냈던 베를린 시민들도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이날 일손을 놓겠다는 반응을 보여 시당국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9일 최신호에서 세계적인 축제로 정착한 '러브 퍼레이드'를 가로막는 것은 독일사회가 안고 있는 관료주의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 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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