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한 항의 표시로 10일 최상룡(崔相龍)주일대사를 불러들이는 조치를 단행했으나 일본 정부와 언론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업무 협의를 위한 일시 귀국이라고 설명했다”며 한국의 외교 조치가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이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문부과학상은 “한국이 일본 정부 입장을 이해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한국 언론이 일제히 ‘대사 소환’이라고 크게 보도하며 한국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고 논평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외교관계에 있어서 초강경 조치인 ‘대사 소환’과 항의의 뜻을 전하되 후속 협상에는 적극 임하는 ‘일시 귀국’의 의미 차이는 접어두더라도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왜 이렇게 다른지 궁금하다.
일본은 이번 조치를 한국 정부가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국내 여론 무마용’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측이 더 이상 한일관계에 금이 갈 만큼 강력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일본의 분위기다. 교과서 문제가 어느새 한국의 국내 문제로 바뀌었다며 느긋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 정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분명치 않다는 점도 일본측이 긴장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측은 교과서 검정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일본 현지 상황에 대한 주일대사의 설명을 들은 뒤 종합적으로 판단해 20일경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두고 보자”며 구체적인 요구는 하지 않으면서 계속 화만 내고 있는 꼴이다.
감정적이거나 무조건적인 강경론이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 상황을 인정할 수 없으니 고쳐 보자며 칼을 뽑았을 때는 상대방을 긴장시킬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역사 왜곡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최대사의 ‘귀국’이 의미있는 결과를 남기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영이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