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에게도 빨리 치료받아 삶의 질을 높이라고 권하고 싶네요.”
4일 오전 고려대안암병원에서 퇴원을 준비 중이던 정성희씨(38)는 8년 동안 요실금(소변찔끔증)으로 속을 끓였다. 의류 수출회사 라벤다의 무역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씨는 회사에 알리지 않고 수술받았다. 나중에 소식을 듣고 병실에 찾아온 사장은 “병인데 무엇이 부끄럽냐. 그동안 힘들었지”라며 위로했다.
정씨는 94년 봄 직장의 단체야유회 때 달리기를 하다가 갑자기 주르르 하며 소변이 흐르는 경험을 했다. 전 해 받은 자궁수술 때문이었을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고 얼굴이 후끈거렸다. 그 뒤 집에서 줄넘기를 할 때는 물론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도 소변이 흘렀다. 이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늘 걱정했다. 남편(43·컴퓨터 프로그래머)과 아들(11)에게 알릴 수도 없었다. 99년 요실금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원형탈모증’이 생기기도 했다. 3월25일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남편과 손잡고 등산갔다가 내려오는데 그만 증세가 나타난 것.
30일 외래 검사를 받았고 2일 오후 입원했다. 3일 오후 2시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겁이 나서 ‘이대로 달아나 버릴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배를 찢지 않고 복강경으로 시술한다해도 통증이 겁났던 것.
“의외로 깰 때 아프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워 병을 숨기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하루 빨리 치료받으라고 권하고 싶어 동아일보에 등장하기로 했어요.”
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요실금(소변찔끔증)은 소변이 자주 마렵고 요의가 느껴지면 참지 못해 속옷을 적시는 ‘절박찔끔증’과 재채기 기침 달리기 등으로 배에 힘이 들어가서 순간적으로 방광이 수축되고 요도조임근이 풀려 소변을 지리는 ‘복압찔끔증’으로 크게 구분된다.
절박찔끔증은 주로 약물로 치료하지만 복압찔끔증은 수술로 요도를 당겨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복압찔끔증은 골반근육 손상이 주원인. 골반근육은 출산 때 아기에 의해 찢겨 손상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씨는 93년 받은 자궁질환 수술의 부작용으로 요실금이 생겼다.
정씨는 ‘테이프수술’로 치료했다. 배꼽 밑에 조그마한 구멍을 두 개 뚫고 복강경으로 길이 20㎝, 두께 1㎝의 테이프를 밀어넣은 다음 이 테이프로 요도를 걸어 잡아당기고 테이프 끝은 배안에 붙여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이전에는 요도에 끈을 걸어 잡아당기고 이 끈에 실을 연결해 배꼽 밖에서 묶어주는 ‘슬링수술’을 많이 했다.
둘 다 성공률이 90%를 넘지만 테이프수술은 슬링수술에 비해 출혈이 적고 소변을 잘 못보거나 배가 당기는 등의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 테이프 수술은 당일 또는 다음날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슬링수술의 회복기간 1∼2주.
이 정 구(고려대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