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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방치된 폐비닐에 전국 옥토 신음

입력 | 2001-04-10 18:56:00


농번기를 앞두고 ‘폐비닐과의 전쟁’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자원재생공사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폐비닐과 폐농약 용기 수거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문을 농민들에게 보내는 등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연간 4만t 가량의 폐비닐이 그대로 땅 속에 파묻히고 있다는 추산. 이대로 가다간 전국의 옥토가 폐비닐로 뒤덮여 토양의 숨구멍이 막혀 생태계 파괴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年4만t 땅속 파묻혀▼

▽왜 수거가 안되나〓자원재생공사 경기 남양주 사업소. 마을회관 앞에 폐비닐을 한 무더기 쌓아두었다는 전화가 걸려오면 집게차가 출동, 흙 물 농약 등으로 뒤범벅된 폐비닐을 수거해 사업소 적치장으로 옮기느라 분주하다. 전국에 산재한 60개 사업소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러나 매년 농업용 비닐 사용량의 절반 가량은 행방이 묘연하다. 수거율이 66%로 예년에 비해 높았던 지난해의 경우 9만8134t의 비닐을 사용, 6만4673t이 수거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수거량의 30% 가량은 흙 등 이물질이어서 실제 폐비닐 수거량은 4만5000t 정도로 추정된다.

이처럼 낮은 수거율은 농민들의 환경의식과 관련이 있다.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농민들이 폐비닐을 직접 수거해 폐기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공동 집하장에 가져다 놓아야 하지만 많은 농민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다. 산간 오지일수록 일손 부족 등을 이유로 폐비닐을 수거하려 하지 않는다.

▼일손 달려 수거 소극적▼

환경부 관계자는 “99년 폐비닐 수거 보상제도가 폐지되면서 수거 실적이 더욱 떨어졌다”며 한숨을 지었다.

폐기물관리법에는 시장 군수에게 폐비닐 수거 책임을 지우고 있지만 이들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수거 업무를 행정자치부로 이관할 계획이었으나 행정자치부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재생해도 판로 마땅찮아▼

▽폐비닐 처리도 문제〓어렵게 수거된 폐비닐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골칫덩어리다. 매립을 하자니 부지 비용이 만만치 않고 막대한 토지를 쓰레기처리장으로 만드는 꼴이다. 소각을 할 경우 다이옥신 발생 등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재생 처리를 하고 있는데 폐비닐 1t에 재생 처리 비용은 15만원선. 연간 45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그나마 청주 안동 담양 시화 등 전국 4개 처리장의 처리 용량은 연간 2만t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매년 2만∼3만t의 폐비닐이 재생공사 뒷마당에 쌓이고 있다. 지난해 현재 재고량은 20만t.

어렵게 이물질을 털어내 재생해도 판로가 마땅치 않다. 공사 김진호과장은 “수요자가 원하는 가격에 주고 있다”면서 “경제성만을 따지면 엄청난 적자”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대책은 없나〓폐비닐 수거에서 재생 처리 등 전반에 걸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수거 업무의 제도 개편에 관한 보고서’를 낸 서울대 공학연구소는 지적한다. 연구소는 수거 업무를 자치단체에 순차적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방안을 냈다. 자치단체가 캠페인을 벌이는데 그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한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

또 일본 등의 경우처럼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농민들이 폐비닐의 이물질을 제거, 공동집하장까지 운반해 주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한국자원재생공사 신술길 과장은 “폐비닐을 건축 자재나 시멘트 가열 원료로 쓰는 방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면서 “폐비닐 공급처가 보다 많이 생겨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지원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