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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롯데호텔 카지노시설 설치 의혹…정부 묵인 없었나

입력 | 2001-04-10 18:56:00


제주퍼시픽호텔에서 라곤다카지노를 운영중인 ㈜공정관광에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카지노 게임기구 변경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업체가 이미 제주롯데호텔에 설치한 일부 카지노 시설에 대한 불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2월 문화부로부터 라곤다카지노의 게임기구를 현행 4종 23대에서 5종 73대로 변경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뒤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라곤다카지노의 게임기구를 바꾸지 않은 채 기존 게임기구를 이용해 영업을 해왔다.

대신 이 업체는 지난해 4월 기존 영업장이 아닌 제주롯데호텔 6층에 게임테이블과 슬롯머신 등을 새로 설치했다. 이 시설은 700여평 규모로 공정관광측이 3년 분할상환하는 조건으로 호텔측에서 40억원을 들여 인테리어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역 카지노업계는 이 업체가 카지노 영업장을 제주롯데호텔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게임기구 변경허가를 받아 관련 게임기구를 제주롯데호텔에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변경허가를 받은 게임기구를 동일 영업장소에 설치해야 한다는 관광진흥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이로 인해 감독책임을 맡고 있는 문화부가 변경허가를 내준 카지노 게임기구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않는 등 사실상 묵인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관광 관계자는 “제주롯데호텔의 카지노 시설은 라곤다카지노 게임기구의 변경허가와 관계가 없다”며 “카지노 영업장 이전에 대한 정부의 허가가 나올 것에 대비해 새로운 카지노 게임기구를 들여온 것으로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문화부도 지난달 21일 제주퍼시픽호텔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제주롯데호텔 내의 카지노 시설은 사업체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추진한 것으로 게임기구가 어떤 경로와 경위로 설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슬롯머신의 대당 가격이 1500만원에 이르는 등 카지노 시설을 위해 수십억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데 정부의 사전 승인이나 묵인 없이 외국에서 카지노 게임기구를 수입해 설치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공정관광측은 지난달 1일자로 라곤다카지노의 영업을 잠정 중단시켰으며 카지노 영업장 이전에 대해 제주퍼시픽호텔측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최근 영업장 이전작업이 주춤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