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의 신용카드를 가진 K씨(30·회사원)는 두달전 S카드사로부터 우편물을 받았다. 자사 카드를 사용하면 다음번 청구시 5000원부터 2만원까지를 깎아주겠다는 것.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래간만에 S카드로 계산한 그는 지난달말 도착한 카드청구서를 보고 마음이 흐뭇했다. 카드를 사용한 덕분에 1만원을 차감받았기 때문이다. S카드 관계자는 “이탈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고객 수십만명을 전산시스템으로 자동 추출해 이같은 특별행사를 수시로 진행중”이라면서 “요즘은 새로 회원을 가입시키는 것보다 확보한 고객을 빼앗기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카드수가 6000만장을 바라보는 등 시장이 포화상태에 돌입하면서 카드사들이 기존 고객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는 대략 1800만명 가량. 카드 발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신용불량자 등을 제외하면 이론상 최대 고객수는 1500만명 정도다. BC카드 회원수가 이미 이보다 많은 1700만명선을 넘어섰으며 삼성카드와 LG캐피탈도 1000만∼1100만명에 도달, 신규 회원 늘리기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중에는 발급받고 한번도 쓰지 않은 휴면(休眠)카드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LG카드 윤경수 과장은 “올 상반기가 지나가면 카드 발급 경쟁이 사실상 끝날 것”이라며 “한 회사가 분발하려면 다른 회사의 고객을 빼앗아야 하는 ‘제로섬(zero―sum·합이 0)’ 상황으로 진전돼 이젠 ‘누가 얼마나 자사 고객을 잘 지키느냐’가 최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고객에 대한 판촉비용을 전년 대비 50% 늘린 삼성카드 관계자는 “신규 회원을 유치하더라도 휴면고객 또는 연체고객화하는 경향이 있어 결과적으로 신규고객 개척보다는 기존고객 붙들기가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보상 프로그램은 보너스포인트제. LG캐피탈이 전 회원에게 사용금액의 0.2%씩 적립해주고 현금을 사용해도 포인트를 주는 ‘마이LG포인트제’를 LG그룹 차원에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삼성카드도 모든 회원에게 0.2∼5%씩 쌓아주는 ‘땡큐 보너스포인트제’를 2월부터 도입했다. 국민카드는 최근 신한은행 다이너스카드와 함께 최고 5%씩를 적립해주는 ‘K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우수 고객에 대한 수수료 차등 적용도 고객 붙잡기 차원에서 곧 도입될 예정. 연 24∼29%로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내리는 대신 우수 고객에 한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인하해주는 방안이 여러 카드사에 의해 적극 검토되고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지금은 폭풍전야같은 상황”이라면서 “생존을 위해 타사 회원을 빼앗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년내로 시장에서 도퇴되는 카드사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SK주유소와 011휴대전화 고객망을 확보한 SK그룹이 신용카드 시장에 진입하면 고객 빼앗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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