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훈이 시즌4호 홈런을 때려낼 때의 타격모습
지난 겨울 4년 6개월여의 야인 생활을 청산하고 한화 사령탑에 부임한 이광환감독은 혀를 끌끌 찼다. 99년 우승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불과 한 시즌만에 만신창이로 변한 팀 전력을 살펴보고 난 뒤였다.
먼저 마운드. 정민철과 구대성의 ‘차포’는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고 ‘회장님’ 송진우는 훈련이 덜 된 상태. 99년 14승을 올렸던 이상목은 오른쪽 어깨 신경이 끊어지는 중상으로 지난해 1이닝을 던진 게 고작으로 올해 재기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타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시드니올림픽 대표로 뽑혔던 송지만은 현지 연습 경기에서 발목이 부러져 외국인 타자 데이비스와 장종훈을 제외하면 타순을 짜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관련기사▼
-해태 김상훈 혼자 3타점…롯데 4-1로 꺾어
-한화 노장투수 '합작 1승'…장종훈 4호 홈런
-삼성 임창용 데뷔후 첫 선발승
-두산, 현대에 8대4 승리
각종 평가에서 한화가 올해 ‘강력한’ 꼴찌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힌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서 연패를 당했던 한화가 이후 내리 3승을 거두며 예사롭지 않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는 한화의 상승세가 이유있음을 여실히 증명한 경기였다.
어깨 수술에 이은 고통의 재활 훈련을 끝내고 제5선발로 등판한 이상목은 150㎞를 넘나드는 예전의 강속구는 아니었지만 7회 2사까지 3안타와 볼넷 1개만을 내주는 놀라운 제구력을 선보이며 LG의 강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아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99년 10월5일 대전 삼성전 이후 1년 6개월여만의 승리.
코치에서 선수로 복귀한 이상군(39)과 SK에서 방출당한 김정수(39), 외국인 투수 누네스(37)로 이어지는 ‘106세 불펜 군단’의 철벽 마무리도 인상적인 대목.
타석에선 ‘돌아온 홈런왕’ 장종훈의 홈런포는 이날도 불을 뿜었다. 개막전부터 5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몰아친 장종훈은 이로써 해태 산토스와 삼성 마르티네스를 제치고 홈런 단독선두에 뛰어올랐다. 두산에서 버림받다시피 이적한 김종석이 3회 선제 1점홈런을 때렸고 송지만은 8회 쐐기를 박는 2루타를 날렸다.대구에선 삼성 임창용이 SK를 상대로 95년 데뷔 후 7시즌만에 첫 선발승을 따냈지만
수원에선 지난해 다승왕 임선동이 두산에 난타를 당하며 개막전 패배에 이은 연패를 당했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