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모 대학 4학년 이모씨와 정모씨. 해마다 4월이면 눈이 피로해진다. 캠퍼스를 오가는 남자들 ‘찍기’에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찍기’에도 나름대로 원칙이 있다. 어설프게 얼굴‘만’ 잘 생긴 남자는 일단 제외 한다. 대신 ‘패션 감각’을 중시한다. ‘옷’은 ‘경제 수준’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야, 쟤 괜찮지 않냐?”
“에이, 좀 빈티난다.”
이들이 주장하는 4월의 ‘맑은 물’론(論). ‘대부분의 커플은 겨울에 깨진다. 크리스마스 반짝 커플은 이미 깨져 있다. 3월 신학기 미팅 자리엔 ‘폭탄’이 반 이상이다.
‘거품’이 가라앉은 4월엔 ‘맑은 물’의 공급도 수요도 많다.
이들의 ‘찍기 놀이’는 강남 모 백화점에서도 계속된다.
“쟤 옷, 저거 ‘구찌’지?”
“구두는 발리야.”
“샤넬 선글라스 고른다. 쟤 환상이다. 쟤 찜!”
“뭔 소리야, 내 거야.”
이들의 팽팽한 실랑이는 5분여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선글라스를 다 고르고 난 남자가 남긴 한마디는 이들을 ‘절망’하게 했다.
“우리 와이프가 좋아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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