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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그많던 '클론 팬' 다 어디갔나?

입력 | 2001-04-11 18:45:00


교통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룹 ‘클론’의 강원래가 최근 일산에서 팬 사인회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사고 이후 첫 나들이로 그는 현장에 가기 전부터 “바깥 바람도 쐬고 팬도 만나고 싶다”며 들떠 있었다.

그러나 사인회장은 기대밖으로 썰렁했다. 팬클럽 차원에서 흔히 있을법한 쾌유를 빌거나 재활의지를 북돋우는 플래카드나 포스터도 하나 없었다. 원래 C건설의 모델하우스 오픈을 겸한 것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사인을 받기 위해 줄선 이들은 팬보다 모델하우스를 보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도 고작 200여명 정도였고 신문과 방송의 취재진이 더 북새통을 이뤘다.

그럼에도 강원래는 사인을 받으려는 이들에게 일일이 말을 건네고 미소도 보였다. 그런 강원래에게 온 신경을 쏟으며 함께 사인을 해주던 멤버 구준엽이 더 안스러워 보였다. 강원래는 사실 사인회장에 가기 전 “다친 뒤 팬들에게 받은 편지나 선물이 가장 좋았다”며 이날 팬이 많이 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비치기도 했다.

같은 날 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그룹 ‘god’의 콘서트가 열렸다. 어린 10대 팬이 대부분인 3만여명의 관객은 세 시간 넘게 ‘god’를 연호하며 열광했다. 멤버중 하나인 대니가 삭발하는 비디오 장면을 보고 실신한 소녀도 있었다.

‘클론’의 팬들도 콘서트 장에서는 그랬다. 특히 클론 팬들은 10대보다 20, 30대 성인들이 많다. 이들은 냉정한 기준을 갖고 가수를 선택한다. 그런 만큼 졸지에 불행을 당한 강원래에게 오히려 더 큰 재활 의지를 심어줄 것 같았다.

그렇지만 ‘클론’의 사인회에서 드러난 성인 팬들의 모습은 야속하리만큼 냉정했다. 오히려 10대 팬클럽이었다면 사발통문을 돌려 사인회장을 가득 메웠을 것이다.

30여분 남짓 사인회가 끝난 뒤 나오던 한 관계자의 말이 종일 귓가에 맴돌았다.

“세상 인심이 다 그렇지 뭐”

허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