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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찍는 이정재, 큰일 낼 낌새

입력 | 2001-04-11 18:59:00


얼마 전 촬영이 시작된 배창호 감독의 영화는 소설가 김성종 원작의 이다.

빨치산 얘기도 나오고 5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사랑과 미스테리가 얽힌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안성기, 이미연, 이정재, 정준호 등 호화 캐스팅이다.

이 작품은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맡아 수사하는 어느 형사의 얘기로 시작된다. 원래는 주인공인 형사 역할에 송강호를 점찍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제작하는 정태원 사장이 다른 영화 섭외 관계로 이정재를 만나고 있을 때 배창호 감독이 찾아와 세 사람이 한자리에 마주 앉게 됐다.

이정재와 배창호 두 사람은 7년 전에 라는 작품으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정재는 배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뜻밖에도 의 형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배 감독은 배우가 저렇게 의욕을 보인다면 좋은 연기가 나올 것이라며 제작자에게 이정재를 주연으로 쓸 것을 제안했다. 송강호측과 이미 접촉을 하고 있던 제작자는 당황했지만 배감독을 믿고 바로 이정재를 캐스팅했다.

이같은 배 감독의 배려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정재는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을 보이며 촬영 전부터 철저한 준비를 했다.

시나리오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수백 번을 읽고 나서 직접 영화관련 아이디어를 수십 개나 정리해 왔고,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선물 을 찍으면서 호리호리하게 만들었던 몸매를 하루 3∼4시간씩 운동해 우람한 근육질로 바꿨다. 강한 이미지를 위해 썬텐을 하고 머리를 짧게 짤라 터프한 형사로 변신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통상 영화사에서 마련해주는 촬영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자 자비를 털어 무려 2000만원 어치의 의상을 사서 촬영장으로 한 트럭 가득히 싣고 와 스태프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배 감독은 흐뭇해하며 그에게 캐릭터에 가장 어울리는 가죽 재킷과 셔츠, 신발 등을 직접 골라주었고 이정재는 요즘 그 옷들을 입고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다.

심지어 촬영이 없을 때도 그 의상들을 입고 다니며 자신의 배역인 형사에 흠뻑 빠져 살고 있으니 지나가다가 소매치기라도 발견하게 되면 달려가 검거할 지도 모른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 모니터가 화질이 안 좋다며 역시 자비로 모니터까지 살 생각인데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번 영화에선 돈 한 푼 안 남길 거란다.

얼마전 이정재는 절친한 친구인 장동건에게 전화를 해서 영화 의 개봉 날 극장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장동건이 몹시 미안해하며 이미 표가 예매로 매진이 돼 자신도 표를 못 구했으니 안 오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는데 이 때문에 더욱 자극을 받아 분발하는 지도 모르겠다.

김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