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 경제1분과위가 신문고시(告示) 제정시기뿐만 아니라 무가지(無價紙) 비중 및 독과점지위 사업자의 정의(定義) 등 핵심현안에 대해 모두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신문고시는 13일 전원회의에서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논의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올린 신문고시 수정안은 외견상으론 당초보다 후퇴한 듯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독소조항을 더욱 강화시켜 규개위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공정위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빅3’ 신문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할 수 있는 초법적 규정을 그대로 고수했으나 규개위 민간위원들은 공정위가 자의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어 문제조항을 손질했다.
공정위는 규개위원들 사이에 무가지 비중 제한이 ‘경영활동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 비중을 3개월까지 15%(당초 10%)로 한다고 수정했다. 이것도 신문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커질 우려가 있어 최종결정은 전원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공정위가 끈질기게 고시제정에 집착하는 반면 규개위원들은 “공정위가 왜 이리 서두르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시 부활여부도 원점에서 ‘다시’〓3차회의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고시를 이처럼 서둘러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신문고시 제정이 이미 공정위 선을 넘어서 사회 및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된 마당에 2년 전에 규개위가 없앤 규제를 다시 살릴 만한 이유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정강정(鄭剛正)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은 “전원회의에서 고시제정 시기에 대해 처음부터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과위는 의견을 덧붙일 뿐 아무런 권한이 없으며 전원회의에서 모든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3일 전원회의에서는 고시 제정의 필요성과 부활여부 및 제정시기 등을 둘러싸고 광범위한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분과위 2차 회의에서는 위원들간 고시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지만 전원회의에서는 처음부터 논의하므로 고시를 지금 만들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무가지 비중 획일적 규제 제동〓무가지 문제도 결론을 전원회의에서 내리기로 미뤘다. 공정위는 1, 2차회의 때 규개위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지적을 당한 무가지 비중을 기존의 10%에서 ‘지국 사업자 영업개시 후 초기 3개월까지 15%, 이후 10% 유지’로 바꿨다. 당초 안인 10%선을 사실상 고수한 것으로 무가지를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개위원들은 “신문사 무가지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은 기업 경영활동에 개입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무가지 비중을 고시로 얽어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한 민간 규개위원은 “무가지 비중이 9%이면 공정거래이고 11%이면 불공정거래라는 단순한 셈법이 어디 있느냐”며 공정위의 임의적인 잣대를 강력 비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공정위가 기업 판촉활동에까지 간여하려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안도 전원회의에서 처음부터 재론하기로 결정을 내림에 따라 공정위 고시안이 무색해졌다.
▽‘빅3 목조르기’ 월권조항도 제지〓‘초법적인 독소조항’이라며 ‘정치적인’ 의도 의혹을 불러일으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보완도 이뤄졌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빅3’를 공정위가 독과점사업자로 규정해 판매가 광고료 등을 결정하는 행위를 지위남용 행위로 몰아세우는 것에 대해 규개위가 제동을 건 것.
공정위는 ‘빅3’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지 않더라도 사실상 시장지배사업자로 간주해 고시에서 이들의 사업활동을 규제하도록 했으나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지 않을 경우 독과점 사업자로 몰지 못하도록 했다. 민간위원인 김일섭(金一燮) 한국회계연구원장은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는 기준을 고시에서 맘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정위 발상은 행정부처의 권한을 넘어선 초법적 일탈(逸脫)행위”라며 “(공정위의) 대표적인 권한남용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규개위는 공정위가 규제의 칼날을 마음대로 댈 수 있는 조항들을 상당부분 수정했다. ‘일방적으로’란 표현 대신 ‘사전 협의 없이’로 바꿨고 ‘부당하게’란 문구엔 ‘정상적인 관행에 비춰볼 때’를 넣어 ‘엿가락’ 적용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했다.
▽고시 제정 어떻게 되나〓공정위는 끝까지 밀어붙이려 하지만 분과위가 제동을 건 데다 전원회의에서도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고시제정 여부는 아직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미 분과위에서 걸러진 사안들이 독소조항을 품고 있는 것들이어서 설령 고시가 통과된다 하더라도 공정위로서는 다소 ‘맥빠진’ 작품으로 둔갑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moneychoi@donga.com
규개위 경제1분과위의 신문고시(告示) 의견
구분
공정위 수정안
규개위 분과위 의견
지국에 무가지(無價紙) 제공 허용 범위
지국사업자 영업개시 후 초기 3개월간은 15% 이내, 그후는 10% 이내를 그대로 유지
-신문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 상향조정 필요
-최종결정은 전원회의에서 하기로
시행시기
5월 1일
-시행시기 너무 서두를 필요 없음
-전원회의에서 결정
강제투입 허용기간
7일
이견 없음
신문사와 지국간 불공정거래행위 규제행위 추가
①신문 발행업자가 일방적으로 신문판매업자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행위 금지
②신문발행업자가 판매업자에게 신문을 공급하면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춰 부당하게 자기, 특수관계인, 또는 계열회사가 발행하는 신문, 잡지 또는 다른 출판물을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 금지
①은 너무 모호한 표현이 많아 삭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독과점지위 신문사(빅3)의 판매가격, 광고료, 지국 공급가 제한
-독과점지위 신문사로 ‘추정되는’ 부분이 자의적이므로 ‘추정되는’을 삭제
-빅3 신문사를 독과점으로 몰기가 곤란함
공동판매 허용
지국에 경쟁사 신문을 못 팔도록 하면 안 됨
이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