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대문 시장의 먹거리- 갈치조림과 닭곰탕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남대문시장에는 먹자골목이 여러 곳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먹자골목은 갈치골목이다. 숭례문 상가 뒤편의 작은 골목으로 10여 곳의 갈치조림집들이 모여있어 사람들은 이 골목을 갈치골목이라 부른다.
두 사람이 겨우 같이 길을 걸을 만한 좁은 골목이기 때문에 남대문시장 지리에 어두운 사람들은 이 골목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숭례문 상가근처에서 갈치골목을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1980년대 후반, 어느 집에선가 새벽에 일을 나오는 상인들의 입맛을 생각해 갈치와 무를 넣고 국물을 자작하게 잡아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칼칼하고 얼큰하게 끓여내던 것이 인기를 얻으며 지금은 10여 곳의 갈치조림 집들이 성업중이다.
물론 갈치조림이라 하여도 가격이 가격이니 만큼, 제주음식 전문식당의 통통하게 살이 오른 두툼한 갈치를 연상하면 큰 오산. 빼빼한 갈치 몇 토막에 무를 크게 썰어 넣고 얼큰하게 끓이지만 칼칼한 국물이 오히려 속을 푸는 데는 제격이다.
이 골목에 있는 10여 곳의 식당이 서로 원조임을 부르짖지만, 그 중에서도 점심시간에 기다리는 손님행렬이 골목 밖까지 길게 이어지는 서너집이 있다.
이 골목에선 갈치조림집들이 세를 주도하지만 시장상인들에겐 닭곰탕도 유명하다. 골목입구의 닭곰탕집, 닭진미때문이다. 감히 최고의 닭곰탕집이라 불러도 눈치볼 것이 없는 집이다. 다만 갈치조림집들의 위세에 눌려 입소문을 덜 탓을 뿐.
갈치골목에 들어서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식당들이 모두 똑같아 보인다. 그래서 갈치골목을 갈 때, 미리 몇 집을 알고 가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골목의 갈치조림집중에서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갈치조림집 세 곳과 최고의 닭곰탕집, 닭진미를 소개해본다.
왕성식당
시어머니에게서 갈치조림의 비법을 전수 받아 88년 문을 열었다. 점심시간엔 좁은 골목에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하는데 2인분 한상이 기본이다.
매일 새벽 수산시장 나가 구해오는 국산갈치만을 사용하는데, 다시마국물에 비법의 양념을 곁들여 얼큰하고 개운하게 갈치뚝배기를 끓인다. 고등어조림도 있다.
찬은 별것이 없지만 총각김치가 제법 입맛을 돋운다.
일요일 쉼. 06:30-20:00
내고향식당
88년 왕성식당과 같은 때에 문을 열었다. 호남출신의 주방장이 11년째 주방을 지키고 있어 예나 지금이나 맛이 한결 같다고...
다시마, 멸치육수 등 10여 가지 이상의 재료로 육수를 내 갈치를 조리는데, 갈치의 비린 맛은 간데 없고 개운하고 얼큰한 맛뿐이다. 밥은 무한정 리필이 가능하다.
2,4주 일요일은 쉼. 06:30- 19:00 .
희락
다른 집들이 뚝배기에 갈치를 조리지만 이 집은 연륜이 배어있는 찌그러진 냄비를 사용한다. 손님이 오기 전 미리 반쯤 익혀 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완전히 익혀 손님상에 올린다.
다른 집에 비하여 양념이 특히 얼큰한 것이 특징으로 고등어조림과 생선구이도 한다.
이 골목에선 손님이 가장 많은 집으로 통한다.
일요일은 쉼. 03:00-20:00
닭진미
식당의 겉모습부터 뭔가 맛을 낼 것 같은 예감을 전해 주는 집이다. 빼곡이 들어찬 손님들 때문이 아니더라도 허름하지만 연륜이 느껴지는 식당의 모습에서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끌림'을 느낄 수 있다. 양은 냄비에 보글보글 끓여주는 닭곰탕은 국물이 정말 개운하고 깔끔하다.
닭냄새라고는 전혀 맡을 수 없으며 뒷맛이 담백하다. 손으로 북북 찧어 넣어 주는 살코기도 푸짐하며 깍두기도 일품이다. 4000원.
닭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가볼 만한 집.
[eatncoo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