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01시즌을 끝낸 국내 프로농구 각 구단 감독들의 미국행이 줄을 잇고 있다.
12일 현재 현대 걸리버스 신선우 감독과 동양 오리온스 김진 감독, 신세기 빅스 유재학 감독 3명이 미국으로 떠났다. 다른 구단들도 대부분 5월까지는 감독들을 미국으로 보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각 팀 감독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이유는 뭘까. 바로 우수 용병을 찾아 점을 찍어 놓겠다는 의도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나온다. 국내 프로농구가 출범 이후 용병 선발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한국농구연맹(KBL)이 주관하는 ‘트라이아웃’ 단 한가지다.
이런 규정을 모를 리 없는 구단들이 ‘우수선수 선발’을 내놓고 외치며 줄줄이 미국으로 떠나는 것은 KBL이 정한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편법을 발견했거나 트라이아웃 자체가 이미 유명무실해졌다는 증거이다.
어느 구단인들 많은 비용과 발품을 들여 찾아낸 유망 선수를 다른 구단에 가로채일 가능성이 있는 트라이아웃 캠프에 참가하라고 권유할까. 따라서 다른 팀에 뺏기지 않기 위한 이면계약이 없을 리 없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KBL의 방관자적 자세가 문제. 매년 트라이아웃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규정위반 사실이 공개되지 않으면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일이 있느냐“며 방치해 온 것이다.
구단의 부정행위를 막을 대비책이 없다면 아예 올 여름 리그부터 트라이아웃에서 자유계약제로 선회한 여자농구처럼 구단이 알아서 선수를 선발하게 하는 것이 문제될 소지를 아예 없애는 한 방법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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