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트루시에 감독
일본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필립 투루시에 감독(46)의 거취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본의 산케이 스포츠는 12일 ‘투루시에 감독이 25일 콜도바에서 벌어질 스페인과의 친선경기 이후 아무 일정도 잡지 않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하며 ‘프랑스전과 같은 대패가 이어진다면 사임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투루시에 감독의 거취가) 현재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합에서 이기면 일본으로 돌아오겠지만 진다면 파리에 틀어박힐지도 모른다.”는 일본 축구 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 2주후에 모종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신문은 또 지난 3월 24일 생드니에서 프랑스에게 0-5로 참패를 당한 투루시에 감독이 측근에게 “스페인에게도 대패 할 경우 2002 월드컵 개막전에 일본을 떠날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최근 투루시에 감독이 대표팀 합숙과정에서 보여준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트루시에 감독은 지난 10일 요코하마의 미쯔자와 스타디움에서 대표선수들을 지도하며 유난히 몸싸움을 강요했다.
“예쁘게만 공을 차려 했기 때문에 프랑스전에선 격렬함이 떨어졌다.”며 공격수와 수비수를 각각 한명씩 붙여 힘과 기량을 겨루게끔 유도했다. 훈련 도중 포워드 로페스(32·FW)와 1:1로 겨루던 모리오카(25·DF)가 발목을 다쳐 쓰러진 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자 트루시에 감독이 벌컥 화를 냈다. “일본 대표팀에는 네가 필요 없다. 이건 밤놀이가 아니다. 소속팀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
투루시에 감독의 호된 꾸지람에 격분한 모리오카가 벌떡 일어서더니 스파이크를 감독 쪽으로 내던진 뒤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일본국민의 정서상 있을 수 없는 이른바 ‘하극상’이 발생한 것.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모리오카로는 투루시에 감독의 ‘애제자’로 알려진 선수여서 그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투루시에 감독은 모리오카가 라커룸으로 빠져나간 뒤에도 화를 멈추지 않았다. “우린 태국이나 베트남하고 싸우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를 계속한다면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너희들은 여자가 아니다.”
격투를 연상케하는 1:1 훈련은 계속됐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투루시에 감독은 일본 대표팀을 맡은 이후 가장 강도 높게 선수들을 다그쳤다.
산케이스포츠는 이런 트루시에 감독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그가 이미 스페인전에서 패할 겨우 지휘봉을 놓겠다는 결심을 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