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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日교과서, 적당히 타협해선 안돼

입력 | 2001-04-13 18:31:00


한국 정부와 국회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강경한 비판과 재수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은 요지부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술 더 떠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등 네 후보는 모두 ‘교과서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 일본은 흔들리지 말자’는 식으로 외치고 있다.

문제의 왜곡 교과서 집필자 중 한 사람인 사카모토 다카오(坂本多加雄)교수는 더 기막힌 망언으로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군위안부를 역사 교과서에 기술하는 것은 화장실 구조에 관한 역사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국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일본을 방문해 12일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문부과학상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을 만났으나 두 장관은 재수정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마치무라 장관은 “명백한 잘못이 있으면 재수정을 권고할 권한이 있으나 이번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고노 외상도 “내각 차원에서 재수정을 검토한 바가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한마디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대응 논리를 살펴보면, 민간이 기술한 교과서 검정에 정부가 ‘중립’을 지키고 ‘정치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예 정부의 검정(檢定)제도가 없다면 몰라도 문부과학성 주도로 교과서 검정을 행하는 한, 그 ‘왜곡’내용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할 길은 없다. 더욱이 종전의 기술보다 더 우익(右翼)성향으로 검정 기준을 낮춰 사실상 왜곡을 유도한 것 또한 일본 정부 아니던가.

나아가 한국과 중국의 항의가 ‘내정 간섭적’이라는 반응도 깔려 있다. 그러나 한중은 ‘일본 내에서 벌어진 일본인들만의 문제’를 다룬 교과서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의 피해 당사자 자격으로 거짓 기술을 고쳐 쓰라고 하는 것이므로 결코 내정간섭일 수 없다.

일본은 젊은 세대에게 거짓을 가르치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미화하면서 그 대가로 이웃나라와의 외교적 마찰은 감내하겠다는 위험한 선택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나마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재수정을 관철하겠다고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정부는 혹시 일본이 마지못해 지엽적인 단어 몇 개 고치는 정도의 수정을 수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본질적인 내용이 수정되기 전에는 어떤 타협도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