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 13일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와 함께 2시간20분 동안 오찬을 함께 했다. 박 부총재는 YS에게 고급 찻잔세트를 선물하면서 “후원회에 축전을 보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고 YS는 “부산 서도전 때 화환을 보내줘 감사했다”고 화답했다. YS가 ‘정치인’으로서의 박 부총재와 정식 회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양측 얘기를 종합한 대화록 요지.
▽YS〓옛날 야당은 투쟁할 때는 무섭게 했지만 낭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낭만이 없다. 내가 바른 말을 하면 언론에서는 독설이라고 한다. 사실은 정직하고 슬기롭게 하는 말인데….
▽박 부총재〓바른 말을 하면 비주류라고 한다.
▽YS〓과거 야당 생활을 40년동안 했는데 비주류가 강했다. 늘 40%는 비주류 몫이었다. 공천 때도 40∼50%는 비주류 몫이었고 공천심사위원도 4 대 6정도로 나눴다.
▽박 부총재〓대통령 된 분들은 나라를 잘되게 하려는 마음은 다 같지 않느냐. 국정을 운영해 보셔서 알겠지만 막상 해보면 시행착오도 생기고 뜻대로 안된다. 김대통령(YS를 지칭)께서 (부친에 대해) 잘 이해해달라. 전직 대통령들은 다 소중한 분들인데 나라가 어려운 때 힘을 합해 나라를 위해 일조해줬으면 좋겠다.
(YS는 이를 경청한 뒤 육영수(陸英修) 여사가 숨진 직후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과 청와대 영수회담을 가진 일을 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YS〓나라가 총체적 난국이다. 언론 자유가 모든 자유의 기본인데 지금 상황은 참 걱정된다. 다음 대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대선이다.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두 사람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당 운영 방식과 개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으나 박 부총재는 “그런 얘길 전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을 아꼈다. 회동 후 박부총재는 “참 잘 만났다. 전직 대통령의 경륜이 필요하니 일 있을 때 자주 찾아뵙겠다”고 말했고 YS는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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