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인 비즈니스/아니타 로딕 지음/이순주 옮김/358쪽, 1만1800원/김영사
‘영양크림이 시계바늘을 돌려놓을 순 없다. 정말 주름살이 싫다면 웃지 않는 수밖에.’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의 창업자가 들려주는 미용수칙이라고 하기엔 너무 솔직해 황당할 정도다.
아니타 로딕. 영국 자연주의 화장품의 대명사 ‘바디샵’의 창업자인 그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주름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찬미하라’고 장려한다. 그럼에도 전 세계 1800개의 ‘바디샵’ 매장은 연간 9000만 고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에는 구멍가게로 시작된 바디샵을 25년 만에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일궈낸 한 비즈니스 여성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그가 털어놓는 성공비결은 세월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는 사실만큼 상식적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양심적이고 정직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것.
로딕이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느 기업가와는 다르다. 그는 기계적 손익계산서보다 사회적 환경적 손익계산서로 성공을 평가받기 원한다.
저임금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브라질 카야포 족을 돕기 위해 모발 보호제의 원료로 쓰이는 브라질 너트 오일을 시세보다 곱절이 넘는 가격에 직거래했고, 문명유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나이지리아 오고니 족을 지키기 위해 다국적 석유기업 ‘쉘’사에 대항해 불매운동을 벌였다. ‘장사꾼’의 눈에 그의 경영방식은 분명 무모하다.
그러나 그가 자신만의 경영방식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은 돈 이상의 것을 열망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적중했다. 로딕은 ‘소비자들 역시 자신의 구매행위가 도덕적 선택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의 도덕적 사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 책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경영의 측면에서 볼 때 로딕이 지향하고 있는 인간존중의 기업 경영방식은 21세기에서 분명 차별화된 성공전략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일깨워 주고 있다.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