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행복/이브 파칼레 지음/하태환 옮김/232쪽, 8000원/궁리
지난해 6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산맥의 어느 골짜기.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동물학자인 저자가 그 곳에서 집필을 결심했다는 이 책은 걷기를 다룬 에세이다.
걷기의 사전적 의미는 각각의 발을 교대로 내딛으면서 어떤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두 발이 함께 땅에서 떨어지는 것은 더 이상 걷기가 아니다. 그건 달리기가 된다. 지구상의 요즘 ‘호모 사피엔스’는 일반적으로 시속 4∼5㎞로 걷는다.
저자는 오른발과 왼발을 교대로 움직이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이 행위를 통해 인간 문명의 형성과 본질에 접근한다. 그의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나는 걷는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랑우탄과 침팬지…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크로마뇽인…고대 검투사…비틀거리는 주정뱅이와 잘록한 허리를 흔드는 모델….
몇십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진화를 직립보행이란 단어를 써 가며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이 책의 좋은 점은 생물학은 물론 철학, 문학, 수학, 클래식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두 뒷발’을 사용한 걷기의 위대한 힘을 흥미롭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책속에는 ‘소요학파’의 아리스토텔레스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을 쓴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 5000㎞의 대장정에 나선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의 군대 등 걷기의 대 선배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왜 걸을까? 가장 인상적인 답변은 걷기는 의사들도 적극 권하는 ‘묘약’이라는 것이다. 그 효과도 만점이다. 매일 시속 6㎞로 한 시간씩 걸으면 1년에 12㎏를 뺄 수 있다.
저자는 한 의학잡지에 실린 대담에서 둘이 걷기와 홀로 걷는 것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둘이서 걷는 것은 아주 관능적인 걷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내적인 아름다움, 감각의 흥분과 연결되어 있지요. 반면 고독하게 홀로 걷는 것은 자신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이것은 가장 육체적이고, 가장 철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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