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과는 찰떡궁합이라 혼외정사같은 건 생각안해요"(50대 주부)
"저와 친구들은 아직도 유교적 가치관을 갖고 있어요. 어른들 생각만큼 문란한 성생활을 한다거나 성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습니다"(20대 여대생)
"여자들이 바람필까봐 남자들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40대 남자)
나이·성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성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는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반응이다.
13일 오후 문화연대 주최로 서울 광화문 아트큐브 소극장에서 '한국영화 속에서의 아내의 혼외정사'란 주제로 열린 아줌마 문화카페.
의견을 말하고 있는 참석자들
참석자 20여명 중 여대생과 남자를 제외한 아줌마는 10여명에 불과해 아줌마들간의 뜨거운 성담론이 펼쳐지진 않았지만 남성·미혼여성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후 2시 20분경 토론 주제인 '아내의 혼외정사'를 다룬 영화 '자유부인' '애마부인' '정사'가 다소 야한 장면 위주로 편집된 상태에서 1시간여 동안 상영됐다.
참석자들은 일부 장면에서 수근거리긴 했지만 대체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기는 듯했다.
영화가 끝나자 영화연구가 김금녀씨가 "이들 영화는 우리 사회의 남성·여성상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여러분들도 나름대로의 경험이나 질문을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50대 주부인 손모씨는 "살다보면 허전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고픈 맘이 안들 수가 없다"면서 "주위에 보면 애인을 따로 둔 여자도 많이 있다"며 첫 말문을 열었다.
손씨는 또 "우리 세대는 참는 게 미덕이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참고 살았다"면서 "요즘 세대는 이혼도 많이 하는데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젊은 사람이라고 모두 성에 대해 개방적인 건 아니다고 주장한 여대생 하미영씨(24)는 "주위 친구들을 봐도 원조교제니 이런 문제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씨는 "언론에서 젊은이들의 성생활을 너무 문란한 쪽으로만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문방송학과 학생으로서의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어 김금녀씨는 참석자들에게 불륜을 저지르는 영화속 인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50대 주부 강득희씨는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자유부인·애마부인의 여주인공은 평범한 주부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다"며 "최근 성정체성을 찾고픈 여성들이 많은 것을 볼 때 '정사'의 여주인공은 충분히 공감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50대 주부는 "세영화 주인공 모두 자신들의 문제를 다른 남자와의 육체적 관계로만 해결하려 하고 있다"면서 "여성이 자아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성관계로만 꼭 표현해야 했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에 김금녀씨는 "남편과의 문제를 정면대결로 풀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영화를 만들때 사회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0대 남성 김찬호씨는 "자유부인과 애마부인은 압도적으로 남성관객들이 많았는데 정사가 여성관객들의 인기를 모은 것은 분명히 주목해야 할 일"이라며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갖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정작 아줌마들의 '뜨거운 성담론'으로 펼쳐지지 못했지만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문화연대 오수원 간사는 "아줌마들의 참여가 기대 이하지만 영화로 풀어보는 성이야기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면서 "내달 아줌마 문화카페는 '우리가 사는 공간이야기'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희정/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