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전화업계가 이동통신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움츠러들고 있다. 가전업계의 거인인 필립스마저 휴대전화사업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빅 3중 모토로라와 에릭슨은 시장점유율 고수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럼에도 1위 업체인 노키아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30%대 초반에서 4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노키아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 원동력으로 요르마 올릴라 회장을 꼽는다. 90년대 초반 노키아는 수익성 없는 사업을 이것저것 거느린 전형적인 문어발 기업이었고 장래는 불투명했다. 씨티뱅크 출신의 올릴라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기 1년 전인 91년 노키아의 최대주주가 지분을 에릭슨에 매각하려했지만 에릭슨이 거부했을 정도였다.
올릴라 회장은 취임과 함께 노키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제지 목재 텔레비전 PC 등 수익성이 낮고 별 볼일 없는 사업부를 매각하고 휴대전화사업에 전념했다. 1865년 목재사업으로 출발한 노키아의 안팎에서 반발이 거셌지만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그는 휴대전화 공장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젊고 유능한 인재들에게 업무를 대폭 넘겼다.
올릴라 회장은 당시 일부 계층만 사용하던 휴대전화가 일반 소비상품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그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제작, 판매되고 있던 휴대전화 브랜드를 통일시켜 노키아의 브랜드 가치를 키웠다. 이런 노력으로 93년 탄생한 2100 시리즈가 대박을 터뜨렸다. 당초 2100 시리즈의 판매 목표는 40만대였지만 2000만대가 넘게 팔렸다. 노키아는 계속 경쟁사보다 한발 빨리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98년에는 드디어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업체로 올라섰다.
올릴라 회장은 최근 사업전략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노키아를 위기에서 구했던 첫 전략과는 반대의 전략이다. 휴대전화가 이용자들간의 통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전자수첩 오디오 디지털 카메라 소형 컴퓨터의 기능을 겸비한 다목적 통신기기로 진화하고 있는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 전략 전환은 노키아의 경쟁상대가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 등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올릴라 회장은 이들 업체와의 경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조 성 우(와이즈인포넷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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