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해맑은 웃음을 짓는 새내기들.’
누구나 떠올려 봤을 대학생활의 모습 중 하나. 파란 잔디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유와 낭만, 그리고 진지한 토론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런데 요즘의 대학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IT기술의 발전과 함께 대학생활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 국내 대학 최초로 캠퍼스 전체를 ‘무선랜(LAN) 세상’으로 만든 숙명여대를 찾아갔다.
▽캠퍼스 전체가 강의실이자 도서관〓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교문을 들어서면 약간은 생소한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노트북컴퓨터를 들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여학생들이 휴게실과 잔디밭, 운동장 등에서 무더기로 눈에 띈다.
이 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운동장에 앉아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것. 이것은 숙명여대가 지난해 설치한 무선 랜 덕분이다. 따로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항해와 정보이용이 가능하다. 노트북에 달려있는 무선모뎀을 통한 데이터 전송 속도는 가정용 ADSL과 맞먹는 2Mbps.학교에서 200대의 무선 랜 노트북PC를 하루동안 공짜로 빌려준다. 몇천원의 비용을 내면 2박3일 대여도 OK.
무선 랜의 등장은 캠퍼스 전체를 강의실 겸 도서관으로 변모시켰다. 이 학교 정법학부 3학년 이강희씨(22)는 “가끔 학교 홈페이지에서 시험이나 강의에 대한 공지사항을 확인한다”며 “전자도서관 사이트에 접속해 리포트자료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교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틈틈이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실외에서 가능한 무선 랜이 실내에서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각 대학 학장이 참석하는 교무회의 진행상황은 실시간으로 학교 홈페이지에서 중계되기도 한다.
▽캠퍼스가 작아서 오히려 장점〓숙명여대의 무선 랜 시스템은 운동장과 도서관을 포함한 학교 전체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이것은 다른 학교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캠퍼스 덕분에 가능하다는 것이 학교측 설명. 숙명여대는 웬만한 고등학교 너더댓개 크기인 2만4000평 넓이로 대학으로선 작은 편이다. 따라서 소수의 중계기(40대·전송거리 실내 150m, 실외 300m)로도 학교 전체가 커버된다.
현재 전국 20여개 대학이 무선 랜 장비를 도입했다. 하지만 학교 전체에서 사용이 가능한 학교는 숙명여대 한 곳뿐이다.
▽휴대전화로 학사업무까지〓숙명여대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학사행정 서비스 ‘모바일 숙명’을 최근 시작했다. PCS 016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 서비스는 휴대전화로 수강신청은 물론 공지사항과 주거정보, 분실물 습득물 안내, 학적변동 안내, 증명서신청, 전화번호검색, 동아리소식, 장학정보 등 학내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숙명여대는 앞으로 가상교육 시스템을 이용한 대학원 교육도 강화할 계획. 이경숙 총장은 “디지털 시대는 여성의 섬세한 감각이 각광을 받는 시대”라며 “여성들이 IT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 인프라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