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에는 어김없이 PC방으로 달려가는 박모(15)군. 그는 얼마전 인터넷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가지고 있는 각종 게임 아이템을 자랑하고 메일도 주고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박군보다는 3-4살을 많아 보이는 채팅상대방이 나타나 힘으로 위협, 박군이 가지고 있던 각종 게임아이템을 빼앗아가 버렸다.
박모군은 한번도 자신이 주로 가는 PC방의 위치나 전화번호 등을 알려준 적도 없는데 채팅상대방은 어떻게 정확한 위치를 알고 찾아올 수 있었을까?
요즘 PC방에는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각종 게임아이템은 물론 여러 가지 귀중품을 빼앗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들은 보통 채팅으로 만나서 메일 주고 받다 발생한다. 바로 메일수신확인의 주소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메일수신확인 서비스'란 내가 보낸 이메일을 상대방이 제대로 받았는지 애태울 필요없이 언제 읽었는지를 알려주는 편리한 기능. '메일수신확인'서비스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편리한 서비스는 수신자의 이메일 주소 뒤에 '.confirm.to'을 붙이는 것.
(주)포스텔에서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특별한 가입절차가 필요없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POP 메일계정, SMTP, PC통신 자체 메일, 웹메일 등 모든 메일 환경간의 송수신을 지원한다. 가장 큰 편리함은 수신자 IP정보까지 알 수 있는 것.
수신확인 메일에는 수신자의 이메일주소, 읽은 시간 등이 들어있으며 'Position & Map'을 누르면 IP에 기반해 수신자의 정보를 가르쳐준다.
IP, 회사명, 주소, 관리자 이름, 전화번호 등은 물론 지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일을 받는 사람은 보내는 사람이 자기주소를 알아낼 목적으로 '.confirm.to'를 사용했는지 어떤지를 알 수가 없다.
물론 주소 및 지도 서비스는 수신자가 고정IP를 사용해야만 알 수 있지만 유동IP를 쓰는 수신자도 자신이 가입한 지역 정보까지는 노출되게 된다.
'메일수신확인'서비스는 경찰수사에 도움을 주는가 하면 거꾸로 나쁜 곳에 사용되기도 한다.
경찰이 범인에게 메일을 보내 무심코 메일을 열어본 용의자의 거주지를 파악해 검거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포스텔의 이수복 사장은 "'메일수신확인 서비스'는 이미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사용되고 있다"며 "지난 백지영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한 것도 바로 '메일수신확인 서비스'"라며 '메일수신확인 서비스'가 범죄예방에도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게임방에 고정IP를 두고 있는 어린 네티즌의 주소를 알아내 게임아이템을 빼앗는 못된짓도 메일수신확인 서비스를 통해 일어나기도 한다.
이미 모 중학교 게시판에는 PC방에서 네트워크 게임중 상대방이 자신의 위치를 알고 찾아와 아이템을 다시 빼앗아 갔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수복 사장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면서 오는 20일로 예정된 서비스 업그레이드때 이에 대한 방지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사장은 "공공기간 등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에는 '웹버그'란 기능을 부착, 수신자가 메일확인서비스인지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 덧붙였다.
그러나 '메일수신확인 서비스'가 또다른 '빅브라더'를 탄생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국명lkm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