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막을 내린 보령장사 씨름대회에서 지한건설 씨름단은 정민혁이 지역 장사 결정전 8강에 올랐을 뿐, 백두장사 및 한라장사 결정전에서 단 1명도 8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지한의 이런 부진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 씨름 관계자들의 말. 지한 선수들은 대회 개막 전까지 5개월이나 급여를 받지 못했을 정도다. 대회에 출전하기는 했으나 부족한 훈련비 탓에 제대로 된 연습을 하지 못했고 당연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백두급 결승에서 한국씨름연맹이 내린 어정쩡한 판정도 문제가 됐다. 신봉민(현대건설)을 장외로 밀어붙인 김영현(LG투자증권)의 ‘고의성’에 대해 현대측이 항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맹은 성급하게 신봉민의 기권패를 선언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성급한 판정은 신봉민과 김영현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고 두 선수는 지역장사 결정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위험한 경기장도 다시 한번 거론됐다. 지름 8m의 모래판을 벗어난 ‘장외 지역’의 폭은 2m. 거구의 씨름선수들은 두어 발짝만 걸으면 바로 높이 70cm의 경기장 아래로 떨어지게 되어 있고, 그 곳에서 불과 1m 정도의 거리에 중계 카메라와 음향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 밖에도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잦은 기권으로 흥미를 반감시켰고, 스폰서의 방송 스폿 광고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한때 마찰을 빚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호사다마’인가. 올해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하며 본격적으로 ‘프로’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민속 씨름이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이다. 더욱이 이런 문제들은 연맹에서 미리 신경썼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달 벌어지는 거제 대회에서는 좀더 ‘프로다운’ 운영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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