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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현대車엔 길슨밖에 없나

입력 | 2001-04-16 18:36:00

길슨


‘약발’이 떨어진 것인가. 컨디션 난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가.

배구 외국인 선수 1호인 현대자동차의 길슨(33·브라질·사진)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국내무대 데뷔전인 삼성화재와의 V코리아 세미프로리그 개막전을 마친 뒤 길슨에 대한 평가는 희망적이었다. 개막전에서 비록 팀이 패하긴 했지만 부족한 팀훈련에도 불구하고 길슨이 스파이크로만 28점을 뽑아냈기 때문. 이후 LG화재와 대한항공전에서는 각각 42점과 41점의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주며 코트에 용병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15일 상무전에서 보여준 길슨의 공격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스파이크로 단 18점밖에 올리지 못한 데다 이전 2경기에서 55%을 넘어서던 공격성공률도 45%로 뚝 떨어졌다. 상대블로킹에 떨어진 스파이크도 무려 8개나 됐다. 일본 배구 V리그에서 2년 연속 MVP에 오른 ‘세계 정상급 거포’라기에는 쑥스러운 성적.

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길슨에 대한 공격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금까지 치른 4경기에서 팀의 전체공격 시도중 길슨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48%. LG화재전에서는 58%까지 치솟았었다. 현대자동차 공격의 절반정도가 길슨에게 몰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 최고의 거포 삼성화재 신진식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팀의 전체공격 시도중 평균 32%만 맡았다. 문제는 한 선수에 대한 이같은 과도한 공격집중은 상대 블로킹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각 상대팀이 길슨에 대해 집중분석한 것도 길슨의 위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개막전을 통해 드러난 길슨의 스파이크 방향과 각도 등에 맞춰 블로킹 연습을 집중적으로 한 것. 실제 개막전에서 상대 블로킹에 단 2개만 걸린 길슨의 스파이크가 이후 3경기에서는 경기당 평균 7개나 블로킹에 막혀 코트에 떨어졌다. 따라서 길슨의 효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현대자동차가 공격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본 산토리팀이 올해 일본 V리그에서 우승한 것도 3년 연속 공격왕에 오른 길슨도 있었지만 센터진이 활발한 중앙 공격으로 공격을 분산시킨 덕분이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