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각 팀이 10경기씩을 소화한 2001프로야구. 우승후보 현대가 7위에 머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챔피언 현대는 창단 후 5년 동안 3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팀이지만 이상하게 이듬해에는 맥을 못췄다. 첫해인 9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현대는 97년에는 51승 4무 71패로 6위에 그쳤다.
창단 3년째인 98년에는 LG를 꺾고 감격의 첫 우승컵을 안았다. 당시 현대는 정민태 김수경 정명원 등 선발투수 5명이 모두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현금 9억원을 주고 쌍방울에서 데려온 포수 박경완의 활약도 컸다.
그러나 2년 연속 우승을 기대했던 99년에는 드림리그 3위라는 예상 밖의 성적에 그치며 포스트시즌에도 나가지 못했다. 정민태만 20승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을 뿐 정명원 위재영 등 다른 투수들은 제몫을 못했다. 공격력도 완전히 실종돼 팀타율과 득점이 모두 7위로 추락했다.
우승 뒤 좌절을 맛본 현대의 2000시즌은 또 달랐다. 사상 최다인 91승을 올리며 여유 있게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2번째 정상에 섰다. 정민태 임선동 김수경이 유례 없는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타격(박종호), 타점(박재홍), 홈런(박경완), 홀드왕(조웅천) 타이틀을 휩쓸었다.
2001년. 정민태와 조웅천이 빠져나가 투수력에 흠은 생겼지만 여전히 우승후보로 꼽히는 현대. 그러나 출발은 3승 7패로 시원치 못하다. 선두 삼성과는 벌써 5게임차. 임선동과 김수경이 컨디션을 못 찾고 있고 박종호 박재홍 심정수 등 중심타선이 침묵하면서 팀타율(0.225)은 8개 팀 가운데 꼴찌다. 한국시리즈 이듬해 부진한 징크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승 뒤에 오는 부진은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 현대가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달갑지 않은 징크스를 올 시즌 반드시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야구해설가)
hyobong7@yahoo.co.kr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