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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인라인스케이트 즐기는 오수정씨

입력 | 2001-04-17 18:34:00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일산호수공원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는 오수정씨.


일산 호수공원. 이 곳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인라인스케이터들. 넓은 호수를 끼고 도는 잘 닦여진 도로와 넓은 공터. 주말마다 10대 인라인스케이터들의 묘기대회가 벌어질 정도로 이곳은 인라인스케이트의 명소가 됐다.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오수정씨(28). 이곳을 찾는 ‘단골’중 한명이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서울 성북동 집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호수공원까지 그녀를 불러내는 것일까.

#햇병아리

1998년 5월. 회사 게시판에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회원 모집 광고가 붙었다. ‘살빠지고 다리에 탄력생기고 힙업시켜주는 데는 인라인스케이트가 최고’라는 글에 확 끌렸다. 안그래도 국제선을 타고 외국을 오가면서 한번쯤 꼭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부근 해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춤추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회원에 가입하고 인라인스케이트 장비를 산뒤 호수공원으로 갔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 게다가 이전까지 운동하고는 담을 쌓아왔으니 오죽하랴. 첫날은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처럼 뒤뚱뒤뚱. 그래도 여자라고 남자회원들이 옆에 와서 가르쳐줘 기분은 만점이었다.

#즐거움

시작한 지 사흘째. 스케이트가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나가며 ‘탄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다음날 출근길 회사앞 경사진 도로를 보며 ‘여기서 타면 재밌겠는데’라고 엉뚱한 생각을 할 만큼됐다. 재미가 붙자 잘타는 인라인스케이터라면 초등학생이라도 가리지 않고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해 배웠다.

장시간 비행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때가 많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스케이트를 들고 호수공원으로 나간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몇바퀴 돌면 어느새 마음이 가벼워진다. 처음에는 호수 한바퀴 도는 데 40여분이 걸렸으나 지금은 20분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국제선을 탈때면 꼭 가방에 스케이트를 챙긴다.

참! 호수공원에 우리 동호회 여성 회원들을 알아보고 쫓아 오는 ‘누나 부대’가 생긴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부러움

젊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타는 모습이 가장 부럽다. 애인이 생기면 당장 호수공원으로 데리고 와 꼭 같이 탈 거다.

주말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타는 아빠 엄마의 모습도 너무 너무 부럽다. 부모가 아이와 같은 취미나 운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미국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늘씬한 체격의 여자들이 탱크탑과 핫팬츠 차림으로 타는 것도 무척 부러운 모습이었다.

#욕심

올해는 급정지와 장애물을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것을 마스터하고 싶다. 여름 밤 급정지하기 위해 스케이트를 눕혔을 때 스케이트 밑부분이 돌 바닥과 부딪치며 내는 불꽃은 환상적이다. 고난도의 기술을 배우고 싶지만 직업상 얼굴에 상처가 생기면 곤란해 포기했다.

ruchi@donga.com